김훈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훈 참 요상한 사람이다. 글과 말의 천박함과 비루함에 대해 이토록 장황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글과 말로 평생을 벌어먹어 왔으며 심지어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란 사실을 도무지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단 말인가. 김훈이 쓰는 문장의 서글픔은 결국 이 필연적인 자기배반에서 솟구친다. 그는 누구보다도 굳은 문장으로 선언하여 결국 누구보다도 굳은 표정으로 스스로에게 불합격을 선언하고 만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이야기로 흘러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풍경과 사건 발치에서 머뭇거리는데, 이런 점이 유독 도드라지는 게 에세이보다는 소설, 그것도 역사소설보다는 같은 현대소설이다. 기나긴 페이지를 넘어넘어 하얀 화폭에 끊임없이 풍경만 그려넣는 화백처럼 김훈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그려넣는 데에만 몰골한다. 그 모든 풍경이 하나로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