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땐/책읽고 (16) 썸네일형 리스트형 철학의 위안 - 나에게 알랭 드 보통은? 어쩌다가 읽은 책 이후로 영영 집어치울 뻔 했다가 표지가 매력적인 책 을 통해서 다시금 관심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작가이다. 도 좋았는데 아무래도 만큼 내 맘에 드는 글은 없는 것 같다. 이 책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다른 책들이 마음에 안 드는 이유와 조금 다르긴 하다. - 나는 에세이나 산문 류를 잘 읽는 편이 아닌데, 그 이유는 이렇다: 보통 산문집들의 문제점은 전후좌우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책의 앞에 배치하건, 뒤에 배치하건 아무 상관도 없을 이야기들을 중구난방으로 흩뿌려 놓아서 사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거기다가 감성 듬뿍 묻힌 제목들, 예컨대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다" "계절이 오고 가는 찰나의 기록" "내 마음의 독재자들" 뭐 이런 식.. 체르노빌의 목소리 - 위 이미지에 있는 책날개에 쓰여 있지만서두... 로 노벨문학상을 탄 그 작가의 또다른 작품 되겠다. 문학상을 받았지만 픽션 작가는 아니다. 와 마찬가지로 인터뷰 모음, 기록문학인데, 사실 읽다보면 이게 인터뷰라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을 정도로 말투가 생생하다. 에...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부자연스럽다. 진짜 사람들이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무슨 배우들이 하는 독백연기를 보는 느낌. - 책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겠지만, 1986년 벌어진 체르노빌 사건에 대한 수십 명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체르노빌로 보내져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던 소방관들, 군인들, 그 사람들의 가족들... 프리피야티에서 살았던 평범한 시민들이 체르노빌 사건 그 당시와 그 이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주 생생하게 기록하고.. 인간에 대한 오해 - 오랜만에 읽은 과학책. 지은이는 스티븐 제이 굴드. 이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나름 고생물학과 진화론 관련해서는 어마어마한 권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책 날개에 "다윈 이후 가장 유명한 고생물학자" 라는 이야기가 붙어있던데 그 이야기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한다. 고생물학 논문에는 반드시 인용된다는 설명도 있었고... 사실 이런 설명 보다는 저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와 라이벌 관계라는 이야기를 듣고 좀 더 확 와닿았다. 두 사람이 이래저래 대립하는 관계라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싸웠는지 조금 아리송하고, 쉽게는 좌파 대 우파로 단순화시키는 시각도 많이 봤지만 과학자들의 논쟁을 이런 프레임에 집어넣는 건 역시 곤란하지 않을까. 다만 스티븐 제이 굴드가 개인적으로 좌파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고는 하.. 용의자 X의 헌신 (2006) - 워낙 유명한 책이고 영화화도 두 번씩이나 됐을만큼 이미 이야기의 가치증명은 끝난 소설. 그러나 일본소설을 쥐약만큼 싫어하는 성격상 (...) 미뤄두고 있다가 기회가 닿아서 읽게 되었다. 한동안 서점에 갈 때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즐비하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한번씩 볼까말까 고민하는 책이었던 듯. 나미야 잡화점... 그거랑 가면산장 살인사건? 그것도 아직 보이는 것 같다. - 추리소설을 읽은 지가 워낙 오래돼서 이게 이 장르의 특징인지, 아니면 이 소설 자체의 약점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는데, 핍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작위적으로 끼워맞춘 설정들이 너무 많이 보이는데다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성격에도 설득력이 하나도 없다. .. 로움의 왕과 여왕들 (2015) - 다니엘 월러스라는 미국 작가의 소설. 팀 버튼의 영화 의 원작 (...)로 잘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홍보자료를 그렇게 뿌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거의 모든 리뷰과 서평들이 이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맺고 있다. 읽기 전에는 이 소설이 의 원작이라고 생각했을 정도. 그러나 와는 머리카락 하나 만큼의 공통점도 없으며 심지어 분위기도 꽤나 다른 작품이다. 흠... 사실 내가 아는 것도 팀 버튼의 일 뿐이니 이렇게 단정짓는 게 알맞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 기본적으로는 환상소설의 얼개를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유령이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만병을 치료하는 샘물이 나오고 기타 등등등. 여기서 말하는 환상소설이라 함은, 현실과 가상을 뒤섞어서 경이감을 느끼게 하는... 바로 그 장.. 높은 성의 사나이 (1962) - 알다시피 의 필립 K. 딕이다. - 로저 젤라즈니, 필립 K 딕, 아서 클라크, 로버트 아인리히, 윌리엄 깁슨 등등 20세기 초중반 SF 작가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아무리 마음을 비우려고 해도 옛날 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게 단순히 촌스럽다거나 시대에 뒤쳐졌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옛날 사람들 특유의 '거대서사' 를 다루고자 하는 욕심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2015년 가장 핫했던 SF 소설 의 한없이 소박한 배경과 그 목적을 돌이켜 보자면, 위에 이야기한 작가들의 거대함이 어떤 것인지 아마 짐작이 가리라고 생각한다. - 역시 거대함으로는 여느 소설에 뒤지지 않는다. 하기사 애초에 전 세계의 운명을 논하는 대체역사물인데 거창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 (* 이 책은 2차대전..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세계>에서 원전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정확하진 않지만 생각나는 대로 인용해 보자면 로마 멸망 이후 천년이 넘도록 이탈리아 전역을 약탈하던 이슬람의 사라센 해적떼. 어느 날 로마 지척의 '루미' 라는 도시에 이른 해적떼의 사절이 교황을 찾아왔는데 그는 자루 가득 담아온 밤알을 교황 앞에 쏟아 놓으며 말하기를 "루미를 짓밟을 이슬람 용사는 이 밤알 만큼이나 많다." 이에 교황이 가신을 시켜 밀알 한 자루를 가져오게 하더니 그것을 사절 앞에 쏟아부으며 대답하기를 "네 주인에게 가서 전하라. 너희들 앞에는 이 밀알만큼이나 많은 루미가 있다고." 어지간해서는 진지한 역사가로 인정받는 바가 없는 시오노 나나미지만서두 이 사람 책을 계속 잡을 수 밖에 없는 매력이 이런 구절에 있다. 최근엔 대중적 매력을 어필하는 교양 역사서.. LotR 재독중. "우리 시대에는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나도 그렇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심정이겠지. 하지만 시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거야. 프로도, 이미 우리 시대는 어두워지고 있네. 적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고, 그의 계획은 아직 완성은 안 되었지만 상당히 진척된 것이 사실이야." - 2장 '과거의 그림자' ...소왕국의 제왕들은 서로 싸움을 벌였고, 그들의 탐욕스런 신병기의 붉은 칼날에 아침 햇살이 불꽃처럼 반사되었다. 승리와 패배가 있었으며 탑이 무너지고 성채가 불타올라 화염이 하늘을 찔렀다. 죽은 왕과 왕비들의 상여 위에 황금이 덮였고, 무덤이 그들을 덮고 나서 돌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 위에..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