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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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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F/W 시즌을 맞으며 기억해 보면 나는 대략 군생활이 마무리된 2011년 무렵부터 왜 인생이 계속 이어지는지 알 수가 없어서 꾸준히 당황하는 중이다. 게임으로 치면 플레이할 메인 퀘스트 서브 퀘스트 다 끝나고 이제 엔딩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 그렇다. 이제는 그동안 쌓인 원한과 미련을 쿨하게 마무리하고 엔딩 크레딧과 엔딩 주제가를 올리며 모두에게 훈훈하게 스페셜 땡스 투를 날려야 할 때인데, 인생은 정말 지긋지긋하게도 계속되고 이따금 꿈속의 꿈에서도 상상한 적 없는 비극과 희극이 난해한 경로에서 들이닥쳐 정신을 멍하게 한다. 이를테면 이번 추석이 그랬고...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나는 어렵고 힘든 일에서 도피해 평온한 마음을 찾아가는 데에는 도가 튼 사람이다. 존재감이 있는 듯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없고, 결정적인 사건을 책..
휴가 그리고 고향 어쩌다 또 여름, 이고 짧게나마 휴가도 맞이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청주다. 지난 포스팅을 보니 3월이긴 한데 솔직히 지난 봄~올 초여름에 이르는 세월을 무슨 정신으로 살아왔는지 짧게 요약할 자신이 없다... 큰 일들만 주워담아 보자면 일단 회사를 관두기로 굳게 맘먹었다가 꽤나 쉽게 관두었고, 이른 여름 휴가 삼아 여수에 다녀왔고, 춤에 반쯤 미쳤고, 그리고 술(...)에는 완전히 미쳤고, 그 사이 책은 두 권이 더 나왔고, 공연을 했고, 하나 더 했고, 두 차례 모두 작년 첫 공연과는 달리 오? 이번엔 제법? 싶었고, 그래서 다시는 공연따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가 슬그머니 맘이 약하지고 있고... 허나 이런 흐름과는 별개로 이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는 예전의 삶을 회복하고 싶다는 맘도 매우 ..
사람은 쇠퇴하니까 맨 처음 트위터라는 것을 접했을때 고작 '140자'라는 한계 때문에 꽤 많이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대체 140자 안에 무슨 수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거지? 실제로 그때 나는 서울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당시 사용하던 아이폰 3gs로 블로그에 로그인해서, 그 작은 화면으로 장문의 블로깅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마 그때 쓴 글이 남아있거나 할 거다) 그리고 트위터는 정말 단상을 남기는 용도... 로만 사용하거나 아예 별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황당한 일이다. 대체 나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던 걸까.지난 몇 년간 나는 인간의 능력이 자기 계발을 게을리할 경우 얼마나 형편없이 쇠퇴할 수 있는지 몸소 느끼고 있다. 몸으로 하는 일들은 특히나 단 하루라도 연습..
간만의 기록 1.어쨌거나 또! 책을 냈고... 이로써 1년 사이 10권 출간에 성공했다! 사실 책을 낸 뒤의 뿌듯함 이제 이런건 잘 모르겠고, 솔직히 이제 와서 1권을 보면 뭐 이딴 재미없는 얘기를 이리 미주알고주알 서 놨나 싶기도 하고; 특히 19세기를 다루고 나니 기원전 3500년 뭐 이딴 시대 얘기는 정말 너무나도 재미없어뵌다. 항상 "아무리 딴 세상 얘기처럼 들려도 역사는 우리 삶과 연결되어 있다" 는 걸 강조하곤 했는데 그게 참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든다. 옛날 얘기는 그냥 옛날 얘기이며,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는 엄청 어렵다. 정 현실과 역사를 연결시키고 싶거든 19세기부터 파도 족하지 않으려나.2.석가탄신일 연휴에는 모처럼 영화를 이것저것 챙겨봤는데 뒤늦게 본 을 보면서 참 이런저런 생각..
아듀 2017 지나고 보니 2017년은 유달리 큰 일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런데 그래서 한 해가 정말 길게 느껴진다기 보다는 "세상에 정말 그 일이 전부 올해에 다 있었다구?" 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가 서로 다른 시공간을 한 곳에 뭉쳐놓고 2017년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린 기분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최근엔 블로그를 안하고 일기도 안 써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되새기기가 어렵다. 이럴 때마다 일기를 써야 한다는 후회가 새록새록... 아쉬우나마 트위터 기록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살펴보도록 하자: 2월까지: 포켓몬 Go!- 이 게임이 한국에 출시된 것이 1월 24일이며 나는 대체로 2월 말까지 이 게임을 즐겼다. 특히 혹한 속 한밤중에 집 근처 보라매 공원을 헤매며 피카츄를 잡아들이고 (피카츄 스팟이었음...)..
요즈음의 고민 "선빈씨는 요새 가장 큰 고민이 뭐예요?"한 이틀 전쯤에 이런 질문을 들었는데 정말 순간적으로 그런 거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해 버리고 나서도 (...) 과연 정말 그런 걸까 꽤 고민했음. 그러니까 고민이 없다는 게 고민이 되는 건가. 허나 확실한 건 최근 들어서 막 속상하거나 미치겠거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 만큼 곤란한 마음을 느낀 적이 없다는 거... 엄밀히 얘기하면 그만큼 문제의 본질이 작다기보다는 내가 속을 썩여 봐야 속히 해결될 사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마음을 쓰지 않는 것이며, 내가 속을 썩여서 해결될 일이면 그냥 해결하고 말기 때문에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무르는 일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말장난처럼 보이겠지만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무..
일하기 전에 비스마르크는 보불전쟁의 승리를 거둔 이후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제국을 선포하고 독일을 통일했다. 근데 이상하다. 아니 독일을 통일하려면 독일 내의 소국들을 공격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반도를 통일하는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공격했지 일본과 중국을 공격했나?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가 중국 내의 제후국을 공격했지 뭐 흉노족을 공격했나? 남북한을 통일하려면 북한을 공...략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여하튼, 근데 독일 통일에서는 유독 그게 그렇지가 않다. 비스마르크는 통일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독일 내 제후국들을 공격한 게 아니라, 제국에서 쫓아내야 할 덴마크와 오스트리아를 공격하고 뒤이어 독일 내에는 한발짝도 내민 적이 없는 프랑스를 공격한다. 그리고 그 결과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현대사의 뿌리, 독일 ..
오래된 친구를 만난다는 게 마음이 편할 때도 있지만 별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의 마음 같은 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나. 그런 능력은 세상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니까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만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사람이 일단 말을 하거나 모종의 행동을 하면 일단 좀 보고 듣고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최근 몇 차례 나름대로 고민이란 걸 얘기해봤으나 상대방이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험을 - 사실 내가 대인관계에서 그다지 진지하게 고민 상담을 하는 캐릭터는 아니니까 - 해 보고 참 생전 겪어본 적 없는 고립감을 많이 느꼈더랬다. 하긴 내가 원래 그런 걸 해 본적이 없으니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