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할 때도 있지만 별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의 마음 같은 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나. 그런 능력은 세상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니까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만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사람이 일단 말을 하거나 모종의 행동을 하면 일단 좀 보고 듣고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최근 몇 차례 나름대로 고민이란 걸 얘기해봤으나 상대방이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험을 - 사실 내가 대인관계에서 그다지 진지하게 고민 상담을 하는 캐릭터는 아니니까 - 해 보고 참 생전 겪어본 적 없는 고립감을 많이 느꼈더랬다. 하긴 내가 원래 그런 걸 해 본적이 없으니 별로 고민과 어울리는 태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
사람이 산다는 게 일종의 연기와 비슷해서, 결국 내가 참여하는 몇몇 세상에 어울리는 가면 - 페르소나 - 을 몇 개 만들어 놓고 번갈아가며 쓰는 게 매일매일 하는 일이다. (뭐 나만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나는 뭐 그다지 감정표현이 없고,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쿨하려고 노력하고, 한번씩 흥이 나면 주체하지 못하고, 매사에 자기 중심적이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뭐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게 내가 원래 그런건지 그렇게 사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건지도 이젠 잘 모르겠다. 모르겠으나, 가끔씩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어느 순간 깨닫는다 하더라도... 이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길목에 접어든 게 아닌가 싶은 막막함 같은 게 목을 조를 때가 있다. 그러니까 오래된 친구를 만났을 때의 기분이 딱 그렇다. "응 니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지금은 나에게 무관심한 거구나 // 응 니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너는 지금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거구나." 그렇다고 거기다 대고 그런 게 아니라고 화를 내는 것도 이상하고. 사실 그렇게 해석하라고 던진 게 맞는데, 근데 내 맘은 그게 아닌데.
"생전 겪어본 적 없는 고립감" 이라는 표현을 쓴 게 사실은 뭐...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은 20대 때 많이 했던 편이지만 단 한번도 "내" 가 무슨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아니 꼭 이렇게 단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근데 요새는 좀... 순간순간 몰입이 깨질 때가 있다. 아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걸까. 뭐 그런 아노미.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걱정이다 이러다가 갑자기 훽 변할까봐.
다른 건 몰라도 뭔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은 든다.
'살다보면 > Diary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즈음의 고민 (0) | 2017.12.15 |
---|---|
일하기 전에 (0) | 2017.11.26 |
몰아서 기록 (0) | 2017.02.24 |
기록: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2) | 2016.05.31 |
씁쓸한 사실 (1) | 2015.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