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다보면/Diary / Journal

몰아서 기록

- 블로그에 글을 썼던 것이 언제인가. 생각난 김에 (근무시간이지만 마침 한가하기도 하고) 몇 마디 기록


- 최근 나를 가장 답답하게 하는 것은 뜻밖에도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 (...) 이왕이면 이런 것 말고 좀 나의 일상에 가까운 인간문제라던가 일에 관련된 문제로 답답하는 편이 좀 더 좋을 거라는 점,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대체로 내 머리를 넘어 가슴까지 답답하게 하는 일들은 암만 답답해 봐야 실제로 해결책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어지간하면 그 자리에서 잊어버리거나 회피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얼마 전까지는 뒷담화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젠 그나마도 안하려고 굉장히 노력 중. 또 안 좋은 말을 자꾸 하면 할수록 정신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 근데 뉴스에 나오는 일들은 외려 나의 일상과 멀리 있는 일들이라서 좀 집중해서 감정이입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뭐 흡사 스포츠 경기를 보는 기분과 유사하달까. 이게 옳든 그르든 간에 정치는 스포츠화 되고 있는 거라고.


- 최근 진행되는 재판과 수사 과정에 대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바는 이 한 마디로 요약될 것이다: "악인에게 걸맞은 최후". 나 역시 그것 하나만을 바라며 뉴스를 보다 보니, 뜻밖에도 재판이라는 것의 본질은 "악인의 응징" 같은 목적과는 굉장히 먼 곳에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재판의 본질은 "공정한 판결"이며 공정성은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뻔해 보이는 사실이라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자와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유사 이래 법과 재판이 택한 진화의 방향이다. 요걸 좀 멋있는 말로 표현하자면 "백 사람의 악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이를 구제하는 것이 법의 목표이다." 그러다 보니 저 악마같은 작자들이 저렇게도 끈덕지게 발버둥을 칠 수가 있는 모양이다. 근데 뭐 법이 원래 그렇다니 어쩌겠나. 알면 알수록 인류 문명과 민주주의라는 게 참 끈적거리고 귀찮은 것이란 생각이 자꾸만 들지만...


- 같은 맥락에서, 나 역시 특검을 응원하는 입장이며 청와대를 가로막고 있는 병력들을 죄다 공무집행 방해로 철거하고 압수수색과 대통령 소환조사를 실시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력하게 드는 사람이지만서두, "안 좋은 전례가 될 수 있다" 는 말에 또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상황이 요상하게 됐지만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투표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며, 특검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좌우간에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권력이 그런 식으로 유린당하는 전례를 만드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나중에 정말 안 좋은 꼴을 보게 될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 애초에 누가 저런 걸 대통령으로 뽑아놔서... 같은 말을 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 여하간 문명이란 최악을 막는 것이다. 요새 <별의 계승자>란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생물학적 진화라는 것도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최악을 모면하는 종=즉 죽음을 모면한 종이 살아남는다. 최선의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며 인류 진화가 최선도 아니다." 그러니 눈에 뻔히 보이는 악마들이 달아나는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너무 화를 내지는 말자,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 거의 충동적으로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샀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처절한 실패로 남았던 교보문고 샘에 비하면 훨씬 가치있게, 많은 책을 읽으며 아주 잘 써먹고 있다. 근데 이 물건 자체가 샘보다 엄청 좋다기보다는 (뭐 더 좋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서두) 내가 주로 사용하는 리디북스의 물건이란 면이 의외로 크게 작용하는 듯. 사실 샘도 구매할 때에는 리디북스 어플을 깔아서 쓸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산 거였는데... 전자책 단말기라는 것의 성능한계를 미리 알았다면 그런 기대 따위 하지 않았겠지. 흑.


- 역시 충동적으로 스마트밴드 핏비트 차지2를 샀는데 역시 생각보다 잘 써먹고 있다. 이게 사람을 은근히 움직이게 만드는 요물이라서 인생 처음으로 운동이라는 것을 매일매일, 그것도 어떤 특수한 목적 없이 (뭐 살을 뺀다거나) 하고 있다. 물론 성능비교를 하면 할수록 거의 1/3가격인 미밴드2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싶은 자괴감 (...) 에 빠지기도 하지만, 뭐 일단 업계 1위라는 자부심도 있고 (...) 디자인도 미밴드보다는 나은 것 같고, 에 또 어플도 은근 잘 나온 것 같고, 실시간 심박 체크도 되고... 한 가지 문제라면 일상에 회사생활과 운동 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건데... 정말 10년 전에 내가 이러고 살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지.


- 운동 때문에 시간도 없고, 일상이 워낙 피곤한지라 게임을 거의 못하고 있다(!) 이 역시 10년 전의 내가 알면 얼마나 깜짝 놀랄 일일까; 일단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인데, 그러다보니 조금 플레이타임이 길거나 컨텐츠가 요란한 거작들은 하기도 전에 질려서 포기하게 되는 면이 크다. 예컨대 폴아웃4, 혹은 위처 같은 경우가 대표적. 결국 찾게 되는 건 앉은 자리에서 한 판을 끝낼 수 있는 "캐주얼한" 게임들인데... (실제로 인기가 있는 게임들이기도 하고) 근데 그런 것들은 대체로 멀티플레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PvP를 좋아하는지라 발컨인 나는 포기하게 될 수밖에. 오버워치 같은 건 이제 엄두도 못 내겠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고 그 무지막지한 채팅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 운동 때문에 시간도 없고... 여하튼 같은 이유로 술도 거의 안 마시고 있다(!) 이 역시 2~3년 전의 내가 알면 얼마나 깜짝 놀랄 일일까; 이건 사실 좀처럼 사람 만날 일이 없다는 것과도 연관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원래도 그렇게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살았던 거 같진 않은데 요샌 좀 더 심하다. 더 심해질 것 같고... 뭐 혼자 사는 게 그다지 불편하진 않은데 가끔씩 불안할 때는 있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는 연애 역시 항상 같은 문제였다. "불편하지는 않은데 (남들이 자꾸 그렇게 보니까) 불안한"


- 워낙 정치의 계절이다 보니 정치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안희정씨의 '선의' 발언을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더랬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선의와 목적을 일단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분의 말씀이신데, 이건 도지사처럼 특수한 지위에 올라 있으며 대화와 행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대화법이라서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뭐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 생각을 꾸준히 유지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야당이 뭔 얘기만 꺼내면 "저의가 있다" 시위대가 조금 커지기만 하면 "국가전복을 노리는 배후세력이 있다" 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 요약하자면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긴 하는데 굳이 힘써서 떠올리거나 말을 보태고 싶지 않고, 회사 끝나면 매일 운동을 가는 통에 별로 시간이 없고, 그때문에 기타 다른 여가를 특별히 즐기는 건 없고, 그냥 매일매일 보는 거라곤 탄핵뉴스 뿐이다. 끝.


- 이렇게 일상 요약을 한 번씩 해 볼때면 뭔가 가슴이 확 답답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아 이래서 삶을 요약하면 곤란한 모양이다...

'살다보면 > Diary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하기 전에  (0) 2017.11.26
오래된 친구를 만난다는 게  (0) 2017.03.25
기록: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2) 2016.05.31
씁쓸한 사실  (1) 2015.10.26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0) 201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