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2017년은 유달리 큰 일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런데 그래서 한 해가 정말 길게 느껴진다기 보다는 "세상에 정말 그 일이 전부 올해에 다 있었다구?" 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가 서로 다른 시공간을 한 곳에 뭉쳐놓고 2017년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린 기분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최근엔 블로그를 안하고 일기도 안 써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되새기기가 어렵다. 이럴 때마다 일기를 써야 한다는 후회가 새록새록... 아쉬우나마 트위터 기록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살펴보도록 하자:
2월까지: 포켓몬 Go!
- 이 게임이 한국에 출시된 것이 1월 24일이며 나는 대체로 2월 말까지 이 게임을 즐겼다. 특히 혹한 속 한밤중에 집 근처 보라매 공원을 헤매며 피카츄를 잡아들이고 (피카츄 스팟이었음...) 잉어킹을 잡아 갸라도스를 만들겠다며 열정을 불태우던 기억이... 한때 뭐 새로운 관광상품이라도 나온 것처럼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게임이었으나 요새 이 게임을 즐기는 이는 보기 드물다. 그래도 가끔 지하철에서 보이긴 하드라.
3월까지: 박근혜 탄핵
- 박근혜 탄핵 가결이 2016년 12월 9일이었고 선고일이 3월 10일이었다. 솔직히 이게 제일 실감가지 않는다. 뭐 다른 일도 있었지만서두 전반적으로 선고일까지는 모든 신경이 이쪽으로 쏠려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참 지루한 것이, 어쨌든 중요한 일들은 12월 9일 탄핵 가결을 기점으로 끝나버렸고 그 이후 5월 9일 대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들이" 어떻게 이루어져 가는지 묵묵히 지켜보는 과정에 가까웠던지라... 어떻게 보면 이날 이때까지도 그 과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장기 박근혜 정부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1~4권 마감지옥
이 찬란한 봄의 길목에서 결국 마감이 시작되었으니... 평균 400p에 이르는 책 네 권을, 그것도 사진과 지도와 기타등등 시각자료가 성질나게 많은 책 네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지금은 상상도 못하겠다. 아마 지금 하라고 그러면 못할 거다. 한 2~3주 정도 주말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나갔던 것 같은데 정말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어쨌든 근 2년을 끌었던 일을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올 한 해에 가장 큰 이벤트라 할 만하다. "너 올해는 뭐했어?" 라고 물어보면 가장 큰 글씨로 밑줄 박박 그어서 들이밀 수 있는 일.
4월 중순부터 5월 9일까지: 대선
그 와중에 대선이 진행됐다. 뭐 결말이야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것이었고 전반적으로 안철수 성대모사라는 새로운 개인기를 획득했던 시즌으로 기억함...
5월 초순의 황금연휴
모두가 잊었겠지만 5월 초순에도 무려 10일에 이르는 황금연휴가 있었더랬다. 회사에서 뭐라 했었는지 꽉 채워 놀지는 못하고 (마케팅 문제도 있었고 블라블라) 친구들과 잠시 부산에만 들렀던 기억. 그 여행은 뜻밖의 등산으로 결말이 나고 말았지만...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프로듀스 101 시즌 2
올 한해 아이돌계를 흔들었던 문제작(...) 내가 이 프로그램을 이렇게 열심히 볼 줄은 나도 몰랐는데 (...) 여하튼 이게 방영한 게 채 고작 6개월 전이라는 놀라운 사실. 한 1년은 된 것 같은데; 처음에는 트위터에서 "나야나" 군무 영상 (아마 이건 4월부터 풀렸을거다) 을 보고 정말 놀랍도록 형편없는 실력에 감탄하며 흥미를 갖게 됐고, 1~2화쯤에는 그게 잘못 찍힌 게 아니라 진짜 그 정도로 실력없는 애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으며 (...) 그 실력없는 애들 중에 순위가 의외로 높은 애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 마지막으로는 그 실력없는 애들이 온갖 악마의 편집으로 두들겨 맞다가 그럭저럭 모습을 갖춰가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는... 정말 여러가지 의미에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좀 거창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대중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6월 말: 5~6권 마감지옥
그 새에 책을 또 냈다. 물론 이번엔 두 권이고 아래위로 간섭도 적어서 굉장히 순탄하게 낸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참 만족했음.
8월 중순: 홋카이도 여행
올해를 양분하는 3연속 출국 그 첫번째... 이걸 결정한 게 봄이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굉장히 충동적인 결정이었으나 결론적으로는 맘에 들었다. 만날 혼자 다니는 여행에만 익숙했었는데 동행이 있는 여행의 장점도 알게 되었으며 홋카이도는 평소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뭐... 돌이켜 보면 유럽보다 일본이 여행하기 훨씬 마음이 편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여러모로 여유롭기도 하고 평화로운 여행이었다. 특히 온천 관광을 맛보기로 해 봤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나도 좋았다. 목욕은 영혼의 안식...
9월 초순: 스페인 여행
약 열흘 정도 휴식을 거친 뒤 두 번째 출국... 사실 스페인에서도 너무너무 가 보고 싶었던 도시들만 추려놨던 터라 (애초에 초안이 내가 가고 싶던 도시 조합이었다;) 가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결론적으로 올해 세 번 출국 중에 제일 알찼던 여행이 어느 것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스페인 여행이 될 것이나, 인간적으로 너무나도 바빴다.; 한 숙소에서 2박 이상을 한 적이 없을 정도이니...
10월 중순: 이탈리아 여행
또 열흘 정도 휴식을 거친 뒤 추석 연휴에 맞추어 세 번째 출국...;; 이번에는 전부 다 들러봤던 도시들이지만 두 가지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일단 일정의 절반 이상이 가이드 투어였고, 어머니랑 함께하는 여행이었다는 거. 어머니가 너무 늦게 몸이 풀렸고 또 하필이면 몸이 풀렸던 베네치아의 날씨가 너무나도 좋지 않아서 막판에 아쉬운 면이 있었으나, 올해 세 번의 출국 중 가장 보람찬 여행이 어느 것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이탈리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한 해 세 번의 출국은 하지 않을 것이며 가이드 투어따위 신청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11월까지: 후유증과 새로운 취미 스니커즈 (...)
8~10월의 연속 출국 후유증이 심각했던 탓에 (사실 아직도 좀 그렇다;)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더랬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탓에 몸도 좀 아팠고 이때 생긴 기침이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별안간 운동화 컬렉션이라는 취미가 생겨버려서 (...) 뭐 주머니 사정도 안 좋고 남들처럼 부지런하지도 못한 탓에 본격적인 컬렉에 나서기보다는 주로 구경만 하고 있다. 그래도 8월부터 지금까지 새로 사 모은 게 다섯 켤레이니 아주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서두. 이게 얼마나 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음...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7~8권 마감지옥
똑같이 두 권이지만 엄청나게 힘들었다. 이유는 이것저것 많지만... 뭐... 여하튼 결론적으로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사이에 8권이 나왔다. 평균 400p짜리 책이 1달에 1권 꼴로 나온 셈이다(...) 힘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내가 뭐 책을 엄청 많이 내 본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사실상 저 8권 원고를 다 올해에 쓴 거나 다름없으니 당연히...
정말 어마어마한 2017년 아니었는가. 올 연말에는 특별한 모임 따위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번-아웃 된 기분이 드는데 그게 무리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세 차례 출국과 마감을 빼면 특별히 니가 바쁠 일이 없지 않느냐, 고 물으신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지만서두 (...) 흠흠. 그러나 이 와중에 올해 초에 세워놨던 단촐한 계획 두 가지는 스리슬쩍 사라지고 말았으니, 첫째는 "소설을 쓰자. 딱 한 편만" 였으며 둘째는 "살을 빼자. 딱 4kg만" 였더랬다. (엉엉)
돌이켜보면 이 두 가지 계획을 세울 때에는 "실천 가능한 작은 계획을 세우자" 는 생각이었으나 이것 자체가 패착이었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계획은 자꾸 미루고 미루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새해에는 목표를 바꿔서 매일매일 혹은 매주 해결해 나가는 마이크로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고로 "매일매일 실천하는" 것이 제일 무섭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 내년의 목표가 되시겠다. 그 계획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상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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