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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땐/책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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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짓과 용서에 대하여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에서 돈 까밀로와 예수님이 나누는 대화가 있다. 지금 원전이 없어서 백프로 정확하지 않지만 대강 비슷하게 인용(창작?)하자면 다음과 같다 : "용서해라. 불쌍한 자 아니냐." "하지만 예수님. 왜 그 바보짓을 다 참고만 있어야 합니까? 제가 좀 더 현명하고 책임감 있기 때문에요?" "돈 까밀로. 그럼 나는 왜 십자가에 못박혔겠나? 생각을 좀 해 보거라." "죄송하지만 그거랑 이거랑은 문제가 다르잖습니까? 제가 용서를 해 준다고 쳐도, 아마 지금 빼뽀네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를 겁니다. 그런데 백날 용서를 해 주면 뭐합니까? 전 이런 걸 무작정 참고 용서하는 게 저 무식한 공산주의자의 영혼을 구원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자기가 했던 짓을 고스란히 돌려주..
냠냠 1....포고령 1호는 미군이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의 지위로 한반도에 들어가게 될 것이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고 했으며, 포고령 2호는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사형이나 그밖의 형벌에 처한다고 했다. 2."가능하다면 이곳을 떠나 다시 일군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번엔 일군에 들어간다면 꼭 일군 항공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일군 항공대에 들어간다면 중경 폭격을 자원, 이 임정 청사에 폭탄을 던지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선생님들은 왜놈들한테 받은 서러움을 다 잊으셨단 말씀입니까? 그 설욕의 뜻이 아직 불타고 있다면 어떻게 임정이 이렇게 네 당, 내 당 하고 겨누고 있을 수가 있는 것입니까." - (장하준) 3. "여러분의 그런 생각이 모두 애국심에서 나온 것이란 걸 나도 알고 있지만 그러나 나..
만들어진 신 최근 봤던 책 가운데에선 제일 두껍고 거창하지만 한편으론 가장 단순했던, 이 책을 마침내 다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대체 왜 대학 시절부터 이 책을 읽고싶었던 거지?; 나는 (그리고 아마 이 책을 선택할 많은 이들은) 신의 존재와 부재에 대한 사변적이며 철학적인, 그러니까 뭉뚱그려서 "형이상학적" 인 논리전개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이 책은 "형이상" 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애초에 종교란 형이상학적 문제이니 과학이 건드려선 안된다, 라는 명제 자체를 짓밟아 버리고 시작하는 책이니 할 말 다했지 뭐... 이 책의 온도는 사뭇 당황스러울 만큼 뜨겁다. 도킨스는 무서울만큼 현실과 강력하게 접착된 논리들로 철저하게 과학적인 "무신론" 을 설파한다. "무신론" 을 설파한다고 했다. ..
김훈 참 요상한 사람이다. 글과 말의 천박함과 비루함에 대해 이토록 장황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글과 말로 평생을 벌어먹어 왔으며 심지어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란 사실을 도무지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단 말인가. 김훈이 쓰는 문장의 서글픔은 결국 이 필연적인 자기배반에서 솟구친다. 그는 누구보다도 굳은 문장으로 선언하여 결국 누구보다도 굳은 표정으로 스스로에게 불합격을 선언하고 만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이야기로 흘러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풍경과 사건 발치에서 머뭇거리는데, 이런 점이 유독 도드라지는 게 에세이보다는 소설, 그것도 역사소설보다는 같은 현대소설이다. 기나긴 페이지를 넘어넘어 하얀 화폭에 끊임없이 풍경만 그려넣는 화백처럼 김훈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그려넣는 데에만 몰골한다. 그 모든 풍경이 하나로 ..
결론은 책 이외에 아까 사온 것들이 ,, (뭐랄까 화풀이에 가까운 쇼핑질...;;;) ...읽다 죽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中 나는 세상이 점점 망해가고 있다고 오래 전부터 말하곤 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내가 나이가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징후다. 하지만 강간하고 살인하는 일을 껌씹는 일과 구별할 수 없는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4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아마도 다음 40년 동안은 난데없이 아주 괴상한 것이 등장할지 모른다. 나는 김훈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꽤나 자주 설명하곤 하는데, 조금 다른 곳에서 내 두서없는 비유보다 조금 더 정곡을 찌르는 설명을 찾아낸 것도 같다. 음, 그래. 늙은 사람의 고집이란, 때로 퍽이나 그럴 듯할 때가 있다. 영화를 못 본 대신 책을 읽었는데, 어째 괜찮은 작가를 발굴해 낸 느낌.
공산주의 作 리처드 파이프스 譯 이종인 編 을유문화사- 크로노스 총서 14 우리는 이제 '머리말' 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하여 살펴볼 지점에 와 있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의 실패가 "인간의 잘못 때문인가 아니면 그 이념 자체의 본질적인 결점 때문인가" 하는 문제이다. 역사의 기록은 후자가 옳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공산주의는 길을 잘못 든 좋은 사상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애당초 나쁜 사상이었다. - Chapter 6, p.191 (내 독서량이나 지식수준이 뼈아플만큼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취미생활용으로 읽는 것을 제한 모든 책들은 모조리 문고판 시리즈 혹은 고전일람 중에서 선택하고 있다. 이딴 기초닦기는 대학 초년생이 해야 할 짓이겠지만 뭐 어쩌겠나, 모르는 건 부끄러운 거고 부끄러운 건 빨리빨..
용의 이 作 듀나 編 북스피어 듀나를 이야기할 때면 나는 언제나 고민에 빠지곤 한다. 사실 이 정체조차 모호한 "캐릭터" 의 글쓰기 방식이 언제나 맘에 와 닿는 편은 아니다. 이제 와서 조금씩 깨달아 가건데 작가로서의 듀나는 하나의 인격체라기 궁극의 냉소와 아이러니를 위해 태어난 아웃사이더적인 캐릭터에 가깝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이 인공적인 작가 캐릭터는 존재 자체가 반인격적이고, 반인간적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창조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이 정도의 반발점이 존재한다는 건 그 자체로 재밌는 일이다. 허나, 그 캐릭터의 성격에 완전히 동감하고 따라가기에 나는 너무 고전적이고, 보수적이며, 게다가 냉소와 아이러니를 삶과 글의 자양분으로 삼기엔 너무 나약하다. (조금 다른 표현으로는 "인간적이다" 같은 것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