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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땐/책읽고

냠냠

1.
...포고령 1호는 미군이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의 지위로 한반도에 들어가게 될 것이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고 했으며, 포고령 2호는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사형이나 그밖의 형벌에 처한다고 했다.


2.
"가능하다면 이곳을 떠나 다시 일군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번엔 일군에 들어간다면 꼭 일군 항공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일군 항공대에 들어간다면 중경 폭격을 자원, 이 임정 청사에 폭탄을 던지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선생님들은 왜놈들한테 받은 서러움을 다 잊으셨단 말씀입니까? 그 설욕의 뜻이 아직 불타고 있다면 어떻게 임정이 이렇게 네 당, 내 당 하고 겨누고 있을 수가 있는 것입니까." - (장하준)


3.
"여러분의 그런 생각이 모두 애국심에서 나온 것이란 걸 나도 알고 있지만 그러나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로서 우리가 경박해서는 안 되겠지요. 여기 누구라도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결정된 의정서의 원본을 제대로 읽어본 분이 있습니까?... 물론 나도 신탁통치는 반대합니다. 그러나 반대 방법은 다시 한번 여유를 가지고 냉정히 생각해 봅시다." - (1945년 12월 29일, 송진우)
 ...12월 30일 새벽 6시 15분 한국민주당 수석 총무였던 송진우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4.
"1월 1일, 하지는 김구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들여 '야단을 쳤다' 고 말했는데 이것은 점령 당국의 상습적인 표현 방법이었다. 하지는 김구에게 '다시 나를 거역하면 죽이겠다' 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구는 하지의 용단 위에서 당장 자살하겠다고 대들었다고 한다. 그날부터 '쿠데타는 점차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와 임정은 제대로 회복할 수 없었던 '심각한 체면 손상' 을 당했다 한다."


5.
그런가하면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선전부에서는 겨레의 정조 옹호와 풍기 단속을 부르짖으면서 '외국인 승용차를 동승하는 여자' , '껌을 씹으며 거리를 방황하는 여자', '괴상한 두발 화장을 하는 여자' 를 지목하면서 미풍양속을 혼탁케 하여 민족의 체면을 팔아먹는 천박한 여성들은 민족적 감시로서 깨끗한 삼천리강산으로부터 말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현대사산책> 1권에서. 40년대 사람들 참 쿨한 것 같다. 특히 3번의 지극히 쿨한 암살사건과 5번의 지극히 쿨한 수사법을 (껌을 씹으며 거리를 방황하는 여자래;;) 보고 나니 참 만감이 교차한다. 역시나 사회 온도가 이 정도 쯤으로 쿨해져야 전쟁이 발발하는 모양이다. 어쩐지 안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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