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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몇가지

1.
아침먹고 빈둥거리다가 몇몇 배우들의 집중 인터뷰 따위를 읽었는데 "연기를 시작한 동기" 에 대한 대답이 왜 하나같이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인 건지 조금 궁금해졌다. 내가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촬영작업이란 내성적인 이들이 견뎌낼 수 있는 것이 도저히 아닌데. 뭐 연기라는 작업이 성격개조에 도움이 되는 거야 심리학적인 사실이니 부정할 수 없지만, 타고난 성격이 고치려 한다고 해서 맘대로 고쳐지지 않는 골치아픈 것이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드라마 촬영장 같은 곳에 가면 큐 싸인 떨어지기 전에 모든 배우들은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오돌오돌 떨면서 조용히 커피나 마시고 있는 걸까? 잡담같은 건 하지 않고?;;

2.
한달쯤 노래방을 멀리하다가 이틀 연속으로 몇시간씩 달리고 왔더니 목이 칼칼하다. 헌데 감기기운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건지, 소리지르기 따위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나면 머리도 띵하고 몸도 으슬으슬한 게 컨디션이 완전 바닥까지 곤두박질치는 느낌이다. 나이들수록 신체에 기묘한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거야 잘 알고 있지만 뭐 이런 사소한 곳까지 문제가 생겨서야. 깨랑까랑, 나으 존재야. 노래도 못부른다 치면 나는 스트레스를 어디다 풀라는 말이냐 그럼? (하긴 요새들어선 특별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 거의 없긴 하다)

3.
밤새 <말할 수 없는 비밀> 과 <리버틴> 을 보았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쓰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닥치는 대로 영화를 주워섬기는 세월이 차후에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봐서 도움이 되는 게 있고, 하등 보탬이 안되는 것도 있을텐데. 나이먹으면서 자꾸 이런 식의 시간낭비에는 민감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낭비하는 시간은 더 늘어났다는 거;) 뭐 김인환 선생님도 독서의 왕도는 그저 "읽고 싶은 걸 읽는 것" 이라고 이야기하셨으니, 그걸 믿어야 하는 건가. 아님 이미 종심소욕불유구의 경지에 이르신 분들의 말을 무턱대고 따라가는 게 좀 멍청한 짓인가;

4.
최근 영상물이나 책을 고르는 기준이 "어린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따위로 단순화한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결론이 사뭇 자명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결혼할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사실 단군이래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나라 모든 젊은층에게 적용되는 사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원더걸스 열풍으로 남성들의 로리로리 심리가 일년 내내 화살을 맞은 바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화제가 됐던 것은 이른바 연하남 열풍에 뒤이은 아역 열풍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그대는 "누나시대" 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을 너무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의 이면에는 아무래도 저렇게 귀여운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심리가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물론 결혼하고자 하는 욕구랑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구는 좀 분리수거해야겠지만서두; (근데 또 내가 키우는 아이가 내 핏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은근히 싫다. 뭐야 이딴식의 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