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새 여자가 생겼다. 아내는 그걸 모른다. 아내는 간만에 돌아오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깜짝파티를 준비한다. 케이크와 와인을 준비하고 리본과 풍선들로 집을 화사하게 장식한 아내는 식탁 위에 촛불을 밝히고 불을 끈 채 새로 산 옷으로 갈아입고 남편이 퇴근하길 기다린다. 하지만 올 시간이 지나도 남편은 오지 않는다. 녹아내린 촛농이 식탁 위에 끈적하게 쌓인다. 물론, 촛불이 아무리 타들어가도 남편은 오지 않는다. 남편은 새 여자를 만나러 갔으니까.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전화를 건다. "왜 이렇게 안 와?" 남편은 한손으로 운전하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어, 오늘 야근이야. 먼저 자."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다. 아내는 울거나 하진 않는다. 화려한 만큼이나 쓸쓸한 집 안에 울지 않는 아내가 혼자 남는다. 밤새 그저 촛불만 들끓어댄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년간 나를 자원방래해 준 유붕이 손에 꼽힐만큼 적었다. 그럼 그렇게 죽도록 만나고 다닌 사람들은 죄다 뭐였지? 나는 본질적으로 사람에게 요구란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빠지는 그들을 자꾸 미천한 과거에만 머물게 하는 내가 얼마나 불가능하며 또 미안한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건지 곰곰히 생각했다. 반성할 일이다. 그저 내가 즐겁자고 하는 일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귀찮고 또 성가시게 굴었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최적의 조합으로 저 사람을 찾고, 저 사람이 안되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그렇게 질럿드라군템플러 혹은 벌처탱크배슬 조합 같은 퍼즐들을 만들고 이리저리 끼워맞추는 걸로 내게 적합한 인간관계를 구성하려 들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놀다 쓰다 치워두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그러니... 반성할 일이다.
아까, 22시 즈음에는 오늘 산 스카치블루스페셜17년산을 창밖에 던져 버리려다가 참았다. 아직 나누고 싶은 게 많은데, 사람 일이란게 그렇게 나 좋을 대로 이리저리 치근덕댄다고 다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 너무 비싼 위스키 대신 돈이 덜 들어가는 걸로, 나는 또 무언가를 포기해 버린다. 너무나 전형적이여서 더 씁쓸한 밤이다. 이딴 클리셰는 정말 참아낼 수가 없다.
3개월을 기다렸는데, 다 헛짓이 됐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년간 나를 자원방래해 준 유붕이 손에 꼽힐만큼 적었다. 그럼 그렇게 죽도록 만나고 다닌 사람들은 죄다 뭐였지? 나는 본질적으로 사람에게 요구란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빠지는 그들을 자꾸 미천한 과거에만 머물게 하는 내가 얼마나 불가능하며 또 미안한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건지 곰곰히 생각했다. 반성할 일이다. 그저 내가 즐겁자고 하는 일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귀찮고 또 성가시게 굴었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최적의 조합으로 저 사람을 찾고, 저 사람이 안되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그렇게 질럿드라군템플러 혹은 벌처탱크배슬 조합 같은 퍼즐들을 만들고 이리저리 끼워맞추는 걸로 내게 적합한 인간관계를 구성하려 들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놀다 쓰다 치워두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그러니... 반성할 일이다.
아까, 22시 즈음에는 오늘 산 스카치블루스페셜17년산을 창밖에 던져 버리려다가 참았다. 아직 나누고 싶은 게 많은데, 사람 일이란게 그렇게 나 좋을 대로 이리저리 치근덕댄다고 다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 너무 비싼 위스키 대신 돈이 덜 들어가는 걸로, 나는 또 무언가를 포기해 버린다. 너무나 전형적이여서 더 씁쓸한 밤이다. 이딴 클리셰는 정말 참아낼 수가 없다.
3개월을 기다렸는데, 다 헛짓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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