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동행이 있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M군은 수다스러운 성격이 아닌지라
시간을 떼우려면 어떻게든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기록에 따르면 8~9시 경에 숙소를 나선 모양이다 (원래 혼자 다니면 수시로 적는데 이날은 좀 불확실)
첫째 목표는 일단 버킹엄 궁에서 있을 근위병 교대식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웨스트민스터 탐방.
다시 들른 웨스트민스터 사원. 원래 이 날은 내부를 들어가 볼 생각이었지만...
동행도 있고 나도 별로 내키질 않아서 포기. 지금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비싸 -.-
후회가 없는 건 아무래도 이후 고만고만한 (대)성당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
아 하지만 저 스테인드글라스는 템페스트에서 나온 그건데...
웨스트민스터 사원Abbey을 지나 빅토리아 쪽으로 가다보면 웨스트민스터 성당Cathedral이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성공회 소속이고, 요건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가톨릭 교회.
영국 가톨릭의 본산이라곤 하지만 뭐 영국이 가톨릭 국가도 아니고... 딱히 별볼일 있는 의미를 지닌 성당은 아님.
1895년 준공, 1903년에 완공되었다 하니 오래되기로는 우리나라 명동성당이 좀 더 오래됐다.
다른 것보다는 빨간 벽돌에 모스크를 연상시키는 비잔틴 양식으로, 생긴게 독특한 편이고 또
입장이 공짜다...ㅎ
이 날까지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유럽에 즐비한 관광지 중 유독 성당만은 공짜 입장인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는 낮잠 및 휴식 용도로 많이 들르게 된다;;
여하튼 버킹엄 궁전으로.
궁전 앞 인증ㅅㅅ
광장 동상. 공사중이었음
사람이 몰릴 거란 얘기를 들어서 좀 일찍 간 편이었다. 한 시간 정도?
근데 막상 자리를 잡으려고 보니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ㅡㅡ;;
궁전도 좀 애매하게 생겨서 도대체 어디서 교대식을 한다는 건지...
정답은 저 쇠창살 안이었다. 저 안에서 실질적인 교대식이 진행된다.
잠시... 아니 한참 뒤 멀리서 군악소리가 들리고... 교대식이 시작됐다
근위병 교대식은 세인트 제임스 궁전에서 출발한 근위병들이 버킹엄 궁전 근위병과,
말하자면 "근무교대" 를 하는 행사인데... 이게 참 애매한 것이
어느 한 포인트에서 이 행사를 완벽하게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전반적으로 나는 하던대로 교대식을 할테니 너는 보든가 말든가... 정도의 분위기였다;
하긴 이런게 영국의 매력이긴 하지. 시크하다니까.
참고로 근위병 교대식은 비가 한방울이라도 떨어지면 행하지 않는다. 이 나라, 자존심 있는 나라다.
교대식은 생각보다 길다. 근데 대부분의 행사가 철창 안에서 진행되는데다가
앞서 말했듯이 딱히 우리를 위한 "쇼" 를 벌이는 느낌이 아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재미가 없다-.-
배가 고파서 그만 보기로 했다.
버킹엄 궁전 정문을 따라 곧게 뻗은 길이 더 몰 The Mall 인데
지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길을 따라 애드미럴티 아치에 이르는 지역이
실질적으로 "Royal Family" 를 위한 공간... 즉 전체가 다 궁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안에 세인트제임스 궁전도 있고, 그리고 가장 외곽에는
기동력 있는 Royal Guard 라 할만한 호스가드가 있으니까.
일단은 세인트제임스 공원을 지나 호스가드까지 걸어가기로 결정.
그린파크 앞에 있는 노점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세인트제임스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궁전 좌측에 있는 그린파크도 그렇거니와,
정면에 있는 이 세인트제임스 파크도 아마 오랫동안 왕실의 안뜰이었을 것이다.
처음이 누구였건 이런 걸 다 시민에게 개방하려면 속이 많이 쓰렸을 듯.
나는 샌드위치를 씹으며 영화 The Queen을 떠올렸다.
이 공원에도 건방지고 교활하고 게으른 축생들이 많다.
야생동물이 있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왜 전부 다 자고 있는 걸까. 그건 정말 모르겠더라.
얘네도 공원에는 쉬러 나오는 건가...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호스가드가 나온다.
Horse - Guard 니까 근위기병대(?)
여하튼 여기가 상징적으로 왕실 호위의 최전방인 셈이다.
바닥이 맘에 들었다.
모처럼 탁 트인 공간도 맘에 들었지만
호스가드의 명물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이분들이다
근데 막상 옆에 서보면 숨소리도 거칠고 많이 꿈틀거린다
아 가련한 군인이여. 전역한지 얼마 안 된 나는 적잖이 미안했다
말 탄 버전도 있다. 근데 사람은 가만히 있는게 될지 몰라도 말이 그게 되나?...
실제로 말이 물거나 찰 수 있다고 써있드라 ㅋㅋㅋ
뒤쪽으론 말똥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점심도 먹었고, 호스가드가 생각보다 재밌어서 힘이 생겼다
길을 따라 트라팔가 스퀘어 쪽으로 올라갔다
애드미럴티 아치. 더 몰을 따라 직진하면 이 아치를 지나게 된다.
저 안은 궁전과 공원. 바깥은 자동차와 행인들로 시끄러운 트라팔가 스퀘어다.
상징적으로 공간을 분리하는 행위가 참 재밌다. 영국 왕실이 한창 세계를 재패하던 시기에 세운 아치라니까
아마도 근대적 의미에서의 공간분리가 중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전날 스쳤던 트라팔가 스퀘어. 멀리 보이는 건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에 기쁜 나머지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은 아니고
어쨌건 기뻐하던 영국 왕이 광장 건립을 명했다 한다.
기둥 네 귀퉁이에 있는 사자상은 해전 당시 포획한 프랑스군 대포를 녹여서 만들었다고... 알뜰하네 짜식들
인증샷... 어두워-_-
왼편으로 보이는 숫자는 뭔가 싶었는데 다음 올림픽이 런던에서 열리더만
내셔널 갤러리도 무료개방 시설이다. 정녕 Long live the Queen ㅠㅠ
일단 나중에 오기로 하고 여기 온 목적부터 해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뮤지컬 관람 티켓 끊기...!
내셔널 갤러리 뒤쪽으로 돌아가면 런던의 진짜 번화가라 할만한 피카딜리 써커스가 나온다
여기 곳곳에서 뮤지컬 티켓을 많이 팔고 있다.
나는 런던이 뮤지컬의 본산이란 걸 영국 와서야 알았다;; M군이 보고 싶다 하길래...
뮤지컬 티켓은 현지 와서 여러 부스를 돌아다녀보고 사는 게 가장 싸게 구하는 방법이라던데
뭐 그래도 비싸긴 비싸다. 우리는 다음날 저녁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66.5 파운드에 구했다.
근데 아마도 다음날이 토요일; 이었고... 저녁 티켓이라서 이리 비쌌을 것 같다
티켓 끊고, 노점 카페에서 잠시 숨돌리기
참 커피가 흔하면서도 은근 없는 곳이 유럽이다. 얘네는 믹스커피를 안마시니까
음 그리고 사진이 뜸해졌으니 느꼈겠지만... 이쯤에서 많이 지쳤다-_-
어디로 가야 하나 넋놓고 상의하다가 일단 버스타고 시티오브런던 지역으로 가보기로 했다
시티오브런던은 런던 구시가지라 할 수 있는 곳인데... 그거야 어찌됐든 일단 버스타고 쉬자는 생각;;
하지만 그곳은 너무 가까웠다 OTL
세인트 폴 대성당... 표정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_-;;
이 성당은 정말 무식하게 크다. 카메라에 다 안들어오는 거 봐
런던에서 가장 크고 높은 성당이고... 바티칸의 베드로 + 피렌체의 두오모와 함께 유럽 3대 성당이라기래 들렀다.
입장료를 받지만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있다. 별 건 아니고 아이팟을 하나 준다 ㅋㅋ
내용이 나름 충실하니 참을성 있게 들을 시간이 있으면 좋다. 난 시간이 없어서...
가이드 들어보면 이 성당 역사도 참 파란만장하다. 폭격도 맞고, 그을음도 끼고...
애석하게도 성당 전체가 촬영금지인지라 카메라는 숨겨두고 눈으로만 훑어보고 다니다가
우선 이 성당의 하이라이트인 돔을 올라가기로 했다. 돔은 문을 좀 일찍 닫는 편이라서
그리고... 죽을 뻔 했다
세인트 폴 대성당 돔 꼭대기의 높이는 110m 정도 된다. 그리고... 걸어가야 한다.
나는 이 날 여기에서 신체의 한계에 부닥쳤다
멀리 보이는 밀레니엄 브릿지, 곧 가게 될 테이트 모던
인증샷
객관적으로, 런던은 높은 곳에서 볼 때 이쁜 도시는 절대 아니다
뭐, 내가 너무 지쳤던데다가 날씨가 안좋아서 그리 느꼈을수도...
돔에서 내려와서... 오디오가이드 듣다가... 잤다 (...)
한참 졸고 있는데 미사한다고 참여 안할거면 나가라고 하더라 ㅠㅠ
육신을 질질 끌고 성당을 나와 테이트 모던으로 향했다
아까 저 꼭대기에 올라갔던 거임-.-
근데 이 성당은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면서 봐야 멋있더라
런던에서 세인트 폴에 가실 여러분은 테이트모던에서 다리를 건너오시라.
이런 것도 있다. 사람은 어디있는걸까.
아 저 어깨만 없었어도 완벽한 사진인데... ㅉ
이 다리가 밀레니엄 브릿지란다. 왜 밀레니엄 브릿지지? 모르겠다;;
원래는 화력발전소로 쓰던 건물이라고 한다. 흠
그러나... 이미 110m 계단을 오르내린 처지에서 현대미술작품을 이해하려 들다니. 무리수다.
일단 입장은 했지만서두
?
??
???
????
이런 제길...
만약 내가 런던에 사는 고등학생인데
수행평가로 '테이트모던을 관람하고 감상문을 쓰시오'
란 과제가 떨어지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실제로 런던 학생들이 많았다)
테이트모던 관람이 끝날 무렵. 17시 55분. 내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저녁이나 먹자고... 그저 조금만 힘을 내서 타워브릿지에 가기로 했다
M군은 영국에 왔으면 그래도 피쉬앤칩스는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날 설득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버스타고 (자리도 없어... 서서 갔다) 타워브릿지 도착.
그래도 간만에 유명한 거 나왔다고 사진은 많이 찍었음
근데 난 저 다리를 하늘색으로 칠한 건 좀 에러라고 본다. 너무 경박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일부러 흐느적 거린 게 아니라 하체가 붕괴되는 중이다.
다리 아프고 배는 고프고... 절체절명의 상황
우리는 인근 PUB을 찾아 저녁을 해결하고 좀 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근방은 나름 관광지라고 무진 비싼 레스토랑 뿐
간혹 보이는 값싼 PUB에는 자리가 없었다. 자리가...
낮에 뮤지컬땜에 계획에 없는 지출을 한 탓에 돈을 많이 쓸 순 없었다
그래도 골목 분위기는 좋더라. 써글
스위니 토드같은 영화에서 봤던 풍경이 여기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다리를 건넜다 (...)
근데 이 다리 건너는 런던의 사무, 행정 중심지로
술집같은 게 있을 분위기가 아니다. 명심하시라
어쨌든 우리는 구세주와 같은 가게를 하나 만났으니
밥집을 찾아 헤맨지 거의 삼십분만에... 기찻길 아래 아늑한 PUB 발견
복받을 것이오 진정.
마침 크리켓 (영국과 인도만 한다는 그 운동) 국가대항전이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많았다
얘네 펍은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면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 주는 방식이었는데
벅저글거리는 카운터에 가서 버벅거리는 영어로 주문하기가 상당히 곤란했다-_-; 심지어 메뉴도 잘 모르는데.
M군이 그 귀찮은 일을 대신 해줬다 ㅎㅎ 역시 사람은 덕을 베풀고 살아야 한다
근데 사진 보니 하루만에 폭삭 늙었네
피쉬앤칩스. 진짜 물고기 튀긴 거에 감자튀김이 얹어 나온다 (...)
어쨌건 맥주랑 먹으니까 먹을만 하더라. 근데 이걸 밥으로 먹으라 한다면 좀...
체력충전 후 밖으로 나섰다. 이거슨 런던타워.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원래는 감옥이었고 지금은 전쟁박물관으로 쓰이는 곳이란다.
이렇게만 보고 안 갔다.;
얻어걸린 사진 하나. 아따 색감 좋구나.
같은 느낌으로 찍어달라 했는데 왜 나는...ㅡㅡ
강가로 걸어나와서 야경을 보며 좀 한가하게 노닥거렸다
하루 웬종일 고생한 것에 대비해선 괜찮은 마무리였다.
오아시스 노래 틀어놨심...
화보 3종 세트.
밤이 늦어서 버스가 좀 애매하긴 했는데, 어쨌건 열시즈음에는 무리 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런던은 치안이 워낙 좋아서 밤늦게 돌아다녀도 별 걱정이 없는 편이다. 이건 정말 좋았다.
점점 구구절절해지는 여행기. 내일 계속. 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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