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딜 가나 도심관광은 좀 꺼리는 편이고 (다 그게 그거 같아서)
M군은 사실 번화가 쇼핑이나 마켓탐방 같은 것도 하고 싶어했음.
나는 이미 캠던마켓도 갔다 온 전력이 있어서 더 이상의 마켓 탐방은 떨떠름했으나...
마침 토요일이고, 런던에는 일주일에 한 번만 열린다는 마켓들이 있어서
그 중에 '노팅 힐' 의 촬영지로 유명하다는 포르토벨로 마켓을 가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 포르토벨로에서 기억이 좋았던 덕택에
이후에도 여행하는 동안 유명한 시장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갔다.
사실 이 날 오전의 경험이 이후 여행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끌려다니는 것도 가끔은 이래서 할 만 하다.
나는 생각보다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어서
포르토벨로 마켓은 포르토벨로 로드에 있다. (...)
토요일 아침이면 이곳으로 가는 관광객이 넘쳐나니까
지하철 노팅힐 게이트 역에서 내린 뒤에 잘 따라가면 된다.
참고로 도심에선 좀 떨어져 있는 편이다.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길에서 먼저 작은 쪽매장들을 마주치는데
여기 물건들도 볼만하지만 굳이 장이 열리는 날에 온 거라면 빨리 더 깊이 들어가는 편이 낫다
굳이 빨리 가라고 하는 이유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포르토벨로 마켓은 이 길을 따라서 펼쳐져 있는데... 총 네 구획 정도로 나뉜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골동품, 다음이 먹거리, 다시 골동품, 그리고 옷이다.
가다보면 어디까지 왔다고 표지해 주는 가로등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참고로 포르토벨로는 원래 골동품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물건이 있는 걸까, 적잖이 궁금했는데
진짜 단어 정의 그대로 골동품... 자기 쓰던 거 다 들고 나온다;; 완전 생경한 현장.
옷이며 가방은 물론이고 그릇 컵 포크 숟가락 동전 재떨이 책 수첩 지갑 손수건 장난감 면도기(!) 자물쇠 파이프...
상상할 수 있는 잡동사니란 잡동사니는 전부 다 있고 상상도 못했던 물건도 꽤 많았다.
더 재밌는 건? 그런 걸 사가는 사람이 있다는 거.
정말 신기한 나라다.
이건 그다지 골동품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나름 간지 폭발 아이템 회중시계. 결국 하나 샀다;
먼저 재밌게 본 건 요런 고지도들.
세력판도를 보면 나폴레옹시대부터 1차대전 직전... 미 서부 개척시대까지 다양하다
탐나는 지도가 꽤 많았는데 부피가 너무 크고, 솔직히 진위여부도 불확실해서.
근데 종이 질로 판단컨데 지도 자체가 좀 오래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비슷한 고지도를 나중에도 유럽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일종의 유행인듯?
누가 사가나... 싶은 항해용품; 들.
나름 대항해시대 매니아로서 호기심 폭발
육분의에 항해용 망원경에... 아 저 쌍엽기
오래된 카메라에, 쓰던 그릇;;
옛날 동전파는 사람은 진짜 많다.
M군이 첫눈에 반한 통악어가죽(!) 가방. 가격이 400파운드였나?
언제 만든 건지... 진짜 악어비늘 디테일이 살아있다. 간지 개폭발 ㅋㅋ
진짜 별별 물건이 다 있다는 증거. " 韓國의 假面 "
난 노팅힐을 안봐서 모르겠는데 이런 집들이 배경이었다더라
사진이 별로 없는데, 물건을 너무 재밌게 본 탓이 컸고, 전날의 여파가 남아서 좀 많이 지쳐있었던데다가
결정적으로 상점 주인들이 사진촬영하는 걸 대체로 싫어한다. 내가 좀 소심해서 찍지 말라는 건 정말 안찍거덩.
연주도 재밌었다.
먹을 것도 신기한 걸 많이 파는데 하나도 안찍었다 ㅡ.ㅡ
가나식 스튜라는 걸로 점심을 떼우고
뮤지컬 보기 전까지 시간을 내서 섬렵하기로 한 내셔널 갤러리로 출발.
갤러리 들어가려는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서 비가 오더라 ㅋ
내셔널 갤러리도 촬영금지라 마찬가지로 사진이 없다. 아 얌전한 나...
여기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데, 모든 작품을 해설해 주지는 않는다. 유명한 것만 골라서.
그런데 이런 거대갤러리 관람에는 오히려 골라서 설명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
그건 그렇고, 관람에는 총 2시간 30분이 들었는데
미술관 관람이 생각보다 강인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_-;; 진짜 허리 부서지는 줄 알았다.
여기서 본 작품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완전 시간만 날린 건 아닐까...
여행 4일차. 아마도 가장 힘겨울 때였다. 이 무렵의 피로가 나중에 파리를 떠날 때까지 계속된다
아냐. 아직도 계속되고 있나?
저녁먹으러 가는 길. 비오는 런던.
런던은 맑은 날에도 좋지만 비오는 날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원래 비가 많은 나라라 그런지... 정녕 마성의 도시, 런던.
저녁은 차이나타운에서 먹었는데 (삼선탕면)
정말 간만에 국물다운 국물을 먹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흑...)
잘 몰랐는데 런던의 차이나타운은 유럽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라고.
그나저나 대체 왜 유럽놈들은 국물을 먹지 않는 건가!
난 내가 먹을 걸로 고생할 거란 예상은 못했는데, 국물이 끊기니 참 괴롭더라...
밥먹고 어제 끊어둔 뮤지컬을 보러.
오페라의 유령 전용극장 Her Majesty's Theatre
난 당연히 무대촬영 금지인줄 알았는데 다들 찍더라 -.-
내가 앉은 자리의 시야는 대략 이랬다. 뭐 그래도 보일건 다 보였고...
어차피 대사는 못알아듣는거. 책으로 읽었던 기억을 열심히 되새기면서 봤다.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여기 배우들 실력이 완전 A급이며
여기 있는 오리지널 무대는 오직 여기서만 볼 수 있고
세계 순회용으로 다른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앞으로 100년은 지나야 한국에 다시 온다고 한다.
뭐 정확한 정보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런던의 뮤지컬이 상당한 구경거리인 것만은 확실함.
하지만 양심고백하자면... 공연도 좋긴 좋았지만
정말 좋았던 건 가만 앉아있어도 된다는 거 (...)
아 몰라 내 몸이 부서질 것 같은데 어쩌라고 눈에 들어오는 게 없어;
우리는 어쩐지 낮에 발견했던 인근 한식당으로 가서 소주를 마셨다 (;;)
피곤했지. 피곤했던 게지.
뭐 M군이 내일 저녁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밤을 송별하는 의미이기도.
술먹고 나왔더니 11시가 넘었는데 버스는 잘만 다니더라.
런던은 버스가 정말 잘 돼 있고 타기도 쉬워서 다니기가 수월한 편.
지금 떠올려보면 오히려 청주보다 잘 돌아다녔던 거 같은...
오늘은 여기까지. 짧다.
아마 앞으로 한동안은 점점 짧아질거다.
개피곤해서 돌아다니질 못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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