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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놀라운 사실 발견!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형이 이틀 정도 있다 갔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형제가 매우 우애가 좋으며 특히 내가 형이라면 사족을 못쓰게 좋아한 나머지 형이 서울에 온다는 날이면 아침부터 가슴을 콩닥거리고 시계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가슴을 졸이다가 그림자만 문간에 비쳐도 맨발로 뛰쳐나가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은데, 뭐 딱히 그런건 아니다-_-; 이 나이대가 되면 형제간에 흔히 생기기 마련인 알력이나 간섭 혹은 극도의 무관심이 두 사람 모두의 특히한 성격 탓에 별로 일어나지 않아서 아직 그냥저냥 좋은 관계일 뿐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 때문에 형과 동생의 성격차이와 궁합에 대해서 생각해 보다가 묘한 사실을 하나 알아냈다. 지난 몇 년간 내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동생을 두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이 첫째이다. 아니 이런 재밌는 일이 있나. 나로 말할것 같으면 동생계에서도 아주 상동생(...)이다. 친동생이 없는 건 물론이고 삼촌들이 결혼을 늦게 한 탓에 사촌동생들도 너무 어리다. 제일 많은 놈이 이제 내년에야 중학생이 되니 뭐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게다가 멀리 살아서 제사, 명절때나 가끔 봤지 제대로 얼굴 본 적도 없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후배들 따위는 기르지 않았다. 동네에서 어린 것들이랑 논 적도 없다. 이건 형을 둔 남동생들의 특징이긴 한데, 나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는 또래가 아니라 거의 형 친구들이랑 놀았던 것 같다. 대학 2년때 "처음으로" 후배들이란 존재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솔직히 좀 많이 당황했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나는 나보다 어린 것들이랑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친분을 쌓아본 적이 없었다. 뭐 그 결과가 이 참담한 후배 농사의 실패겠지만. 흑흑

 뭐. 어디 한번 정리해 볼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연락하는 동기 J양 - 절친한 여동생 존재, 첫째.
 날 구박하는 기술의 1인자 동기 K양 - 남동생 존재, 첫째.
 몇 안 되는 남자 동기 C군 - 꼭 닮은 남동생 존재, 첫째.
 지금은 사학과의 거성이 된 동기 K군 - 형이 있다. 허나 동생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
 얼마 전 제대한 동기 R군 - 예외적으로 형이 있다. 허나 나와는 제대 이후 소원하다;;;
 일본에서 돌아온 동기 J양 - 언니가 있다. 요즘 나와는 소원하다.
 한 때는 꽤 친했던 후배 겸 친구 H군 - 여동생 존재, 첫째.
 친한척하다 친한 거 비슷하게 된 후배 Y군 - 어? 모르겠다. 혼자던가?
 한동안 일상적으로 만나다가 요즘 잘 못만나는 후배 K양 - 남동생 존재, 첫째.
 유일한 초, 중, 고 연속 친구 L군 - 여동생 존재, 첫째.
 한 때 나의 보호자였던 K군 - 매우 어린 여동생 존재, 첫째.
 정체를 알 수 없는 Y군 - 정체를 알 수 없다.
 같은 기숙사에 살았었지만 뜬금없이 연락두절된 K군 - 모르겠다. 혼자였던듯.
 이상하게도 졸업 이후 친해진 A군 - 누나가 있다. 유일한 예외다!
 만나기만 하면 압박하는 K선배 - 키 큰 동생이 있다, 첫째.
 연락없는 B선배 - 오빠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허나 요즘 연락이 없다ㅠ
 근처 살다 이사간 K선배 - 관심가진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자주 보는 H양 - 언니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허나 오프에서 자주 못본다.
 예전엔 자주 오다가 연락끊긴 I양 - 모르겠다; 언니가 있던가?

 이 정도면... 통계적인 의미 정도는 있겠는걸? (단순히 인맥이 적은 것 뿐인가...--)

 모 연구에 따르면 동생들은 형들에 비해 경쟁심이나 질투가 강하고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난 반면 타인과 타협하고 양보하는 걸 완강히 거부한다고 한다. 형들로만 이루어진 팀과 동생들로만 이루어진 팀의 농구시합을 실시한 결과 슛 성공률은 동생들이 더 좋았지만 패스율은 형들이 더 좋았다. 그렇다면 동생들은 형들과 궁합이 잘 맞는 걸까? 형이 패스하면 동생이 슛해서 성공하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