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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생각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짓말을 얼마나 마음을 크게 먹으면 이해해 줄 수 있는건지, 마음이 점점 좁아지는 나는 날이 갈수록 더더욱 모르겠다. 나잇살을 그렇게 먹고 비슷한 일들과 비슷한 후회를 그렇게 하고도 결과적으로 똑같은 일들에 특별대우와 분리수거를 명령하는 심리의 기묘한 움직임은 인류사의 영원한 불가사의로 남을 일이다. 바보짓을 정의하자면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도 상이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이성적인 정언명령은 그렇게 똑부러지게 대답한다. 허나 인간이 미래에 대해 가지는 이상한 신뢰와 믿음은 경험적으로 하나 둘씩 소거되는 사유양식이 아닌 모양이다. 결국 적당한 범위만큼 무심해지지 않고서는 세상을 살아가기도 참 어려운 일이고, 삶은 무심함을 열쇠로 하여 끊임없이 인지상정과 상식의 폐허 속으로 나를 인도한다. 그리고 이제 와서는 그 끝자락에서 소외된 감정과 우울에 한 줌 면죄부를 안기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가르친다. 잘못됐다고 피가 나도록 때린 종아리에 한밤중이나마 찾아가서 빨간약을 발라주고 말 없이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이른바 "어른" 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되새겨 참회와 보속을 구하는 길이라면 나는 이 지독한 감정적 초식동물들의 세상에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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