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으러 잠시 나갔다가 발견한 학교는 어느새 엔트로피 최고조 상태였다. 새터를 마치고 막 도착한 새내기들이 낙엽더미처럼 굴러다니며 와글거리는 중이었다. 학교 행사때마다 지겹게 보아 온 그놈의 경제포효반 깃발,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어깨동무 인원하며, 정녕 공대는 싹부터가 다른 건지 의심하게 만드는, 묵묵히 줄서서 다시 술자리로 가는 강철공대 푯말 (술 그만 좀 먹어...), 인원은 제일 많지만 역시 자랑스런 대표 모래알 단대답게 언제나 원자단위로 흩어져서 자취조차 보이지 않는 녹두문대 사람들. 응원소리와 과기와 서두르는 발걸음들이 난무하는 학교는 자주 봐도 낯설고 무섭기도 하지만 볼 때마다 반갑기도 하다. 익숙한 풍경이란 게 그런 거니까.
새터란 것을 세 번 갔다 온 경험에 따르면 지금 저들의 몸 내부에는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잔존해 있지 않다. 헌데 어디서 난 힘으로 저들은 이렇게나 굉장한 무질서를 만들어 내는 걸까? 이제는 대강 알고 있다. 그러니 절대 속아선 안된다. 대학생들은 모두 복창하자. 3월의 대학교엔 새내기란 이름의 역병이 창궐한다. 다시 말하건대 이건 허준과 대장금이 함께 와도 끝내 못 고칠 중병이다. 정신을 지배하니 정신병이기도 하고 과도한 음주를 동반하니 육체적 병이기도 하다. 이 역병에 속아넘어가서 몸과 마음을 바쳤다간 짧으면 두 달 길게는 일 년이라는 잠복기를 거쳐 (잠복기 중에는 막대한 재정적 지출이라는 부수적 피해를 입힌다)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체력손상 및 인간과 인류의 본질적 가능성에 대한 회의를 품게끔 만든다. 어쩐지 친해지고 싶고 어쩐지 모두를 챙기고 싶은가? 그들과 함께 한다면 못 할 일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가? 하지만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내기일 때가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들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 것만도 아니다. 처음 맞이하는 지금은 그들이 뭔가 범 우주적 가능성의 집합체인 것 처럼 보이지만 한두달만 지나봐라. 그런지 아닌지. 새내기때가 부럽다는 생각은 3년 전부터 해 왔고 얼마 전부터는 생각 자체가 진부해져서 별로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단언하건대 대학 내부로 도피하는 대학시절은 생각만큼 아름답지 못하다. 시작에 있던 끝에 있던 매한가지로 그러하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이들도 한때는 저렇게 철없이 빛나던 때가 있었구나, 생각하면 한편 씁쓸해지기도 한다. 고작 일이년 사이에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나 찌들어 버리게 만든 걸까. 허나 시간을 과거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은 상황과 더불어 쌓여가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웠던 상황만을 기억한다. 달력을 2년만 뒤로 돌려버린다면 2년만큼 젊어진 스물 둘의 나는 또 그 2년동안 치워버리지 못한 고민들에 휩싸여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게 뻔하다. 그런 걸 다 부정하고 내 나이만 되돌린다는 건 애초에 부조리한 꿈일 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정말 숫자일 뿐이다. 지금의 내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지난 세월동안 내가 치워버린 고민들의 무게만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나머지는 그냥 내 죄이며 업보일 뿐이다.
아무튼 주제는 새내기 별 거 아니다, 라는 것. 속지말자 새내기.
새터란 것을 세 번 갔다 온 경험에 따르면 지금 저들의 몸 내부에는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잔존해 있지 않다. 헌데 어디서 난 힘으로 저들은 이렇게나 굉장한 무질서를 만들어 내는 걸까? 이제는 대강 알고 있다. 그러니 절대 속아선 안된다. 대학생들은 모두 복창하자. 3월의 대학교엔 새내기란 이름의 역병이 창궐한다. 다시 말하건대 이건 허준과 대장금이 함께 와도 끝내 못 고칠 중병이다. 정신을 지배하니 정신병이기도 하고 과도한 음주를 동반하니 육체적 병이기도 하다. 이 역병에 속아넘어가서 몸과 마음을 바쳤다간 짧으면 두 달 길게는 일 년이라는 잠복기를 거쳐 (잠복기 중에는 막대한 재정적 지출이라는 부수적 피해를 입힌다)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체력손상 및 인간과 인류의 본질적 가능성에 대한 회의를 품게끔 만든다. 어쩐지 친해지고 싶고 어쩐지 모두를 챙기고 싶은가? 그들과 함께 한다면 못 할 일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가? 하지만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내기일 때가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들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 것만도 아니다. 처음 맞이하는 지금은 그들이 뭔가 범 우주적 가능성의 집합체인 것 처럼 보이지만 한두달만 지나봐라. 그런지 아닌지. 새내기때가 부럽다는 생각은 3년 전부터 해 왔고 얼마 전부터는 생각 자체가 진부해져서 별로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단언하건대 대학 내부로 도피하는 대학시절은 생각만큼 아름답지 못하다. 시작에 있던 끝에 있던 매한가지로 그러하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이들도 한때는 저렇게 철없이 빛나던 때가 있었구나, 생각하면 한편 씁쓸해지기도 한다. 고작 일이년 사이에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나 찌들어 버리게 만든 걸까. 허나 시간을 과거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나이가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은 상황과 더불어 쌓여가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웠던 상황만을 기억한다. 달력을 2년만 뒤로 돌려버린다면 2년만큼 젊어진 스물 둘의 나는 또 그 2년동안 치워버리지 못한 고민들에 휩싸여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게 뻔하다. 그런 걸 다 부정하고 내 나이만 되돌린다는 건 애초에 부조리한 꿈일 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정말 숫자일 뿐이다. 지금의 내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지난 세월동안 내가 치워버린 고민들의 무게만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나머지는 그냥 내 죄이며 업보일 뿐이다.
아무튼 주제는 새내기 별 거 아니다, 라는 것. 속지말자 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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