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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경계인

졸업한지 이주 남짓. 입대 일주일 전. 아직 공식적으로는 어디에도 적籍이 없다. 어딘가 소속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많은 사회적 책무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어떤 외부적 활동에도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외부의 소식을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남아 돌기 때문에...) 위치에 있다. 그리고 모든 외부의 소식을 부지런히 찾아보고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있다. 그리고 이래저래 참 답답하다. 세상이 많이 변한 건지, 내가 늙어버린 건지?

소통이란 정말 어렵다. 아프기도 하다. 때론 정말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어떤 것을 바꿔야 할 때가 오기도 한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끝까지 들어 억지로 가슴 속에 새겨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소통이란 단어가 멋져 보이는 건, 그 단어가 품고 있는 맥락이 다름아닌 "내" 언로를 뚫어줄 거란 기대를 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이고 걸어나가는 세상은 너무 가파르고 위험하다. 그럴 바엔 그냥 생각이란 걸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물 긷는 방법만 알아두면, 언젠가 깨끗한 물을 만났을 때 수통을 채울 수 있으니까. 세상이 조금만 여유가 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렇게 살았을 일이다. 하지만 산 뿌리에서부터 닥치는대로 물통을 이고 올라가는 게 보다 정상적인 세상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못마시면 어때, 정상에만 가면 됐지. 하지만 내 문제는 보다 심층적인 곳에 있을 것이다. 남의 생각이라는 것... 언제나 어렵다.

어떤 부분은 단순한 세대차이일 수도 있고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시츄에이션은 언제나 오해가 있기 마련이거니와 거기서 뽑아낸 경구는 크게 잘못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답답한 건 내가 "영 아니다" 싶은 상황을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점이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 는 질문으로 간신히 진정시키고 있지만 사실 그런 건 변명일 뿐이다. 뭐 냉정히 따지자면 어떤 건 나랑 크게 관련있어서 열불내고 사나. 그냥, 이해가 안간다. 요새는 좀 꿈 꾸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1년 전부터 그랬다.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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