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많은 것에 무심해지고 나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지
늘 고민이지만 하나 하나 포기하고 나서도 언제나 미련만은 버리지 못하는
알고 보면 새빨간 거짓말이란 것이 뻔뻔한 물증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나란 사람은 뭐 말하자면 복잡한 허세 덩어리에 불과한 인간인지라서
내 사소한 말에 진심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고 그보다는 좀 많이 당황스럽고
당황스럽고
어느 하룻 밤 정도 예쁘게 반짝하는 기억으로 남아서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때 그런 인간이 있었지
딱 그 정도만 기억해 주면 난 그냥저냥 좋을 것 같은데
다만 살아가기 위해선 먹고 마시고 잠자고 일하며 돈버는 것 이외에도
괜찮아하고, 괜찮아하고, 괜찮아하며 사람들에게 던져야 하는 마음이
너무 많다.
대체 무슨 모략과 배반에 속아왔길래 이지경까지
어디가 굳어버린 걸까 나란 사람은, 고민하지만
흠
어쩌면 조금도 괜찮지 않은 것 같아서 불안해 질때면
그래 그것도 괜찮다고 중얼거리다가 잠들기를
어언 25년째. 그런 말들만 먹고 뒤룩뒤룩 살찐 내 나이는
숫자만 봐도- 징그럽다. 정말
* * *
오늘은
<드래곤볼 - 에볼루션> 을 봤다. (어째서, 하필이면!)
비록 스케일은 다르지만 내가 이 영화에 실망한 이유는
<적벽대전> 시리즈에 실망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저번 주말엔 <왓치맨> 도 보고, 원작도 읽었다.
매니악한 컨텐츠의 시발점은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정작 중요한 건 불씨보다는 불꽃. 팬덤에 포커스를 맞출 때 얻을 게 많은 컨텐츠 같다.
사는 김에 <다크나이트 리턴즈> 도 같이 샀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의 예술적 가능성이란 것,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간만에 나온 SF단편선 <U, Robot> 도 읽었다. 프로의 맛이 나지 않는 건 각오한 일이었다.
<미나>도 다 읽었다. 기대를 너무 했나보다. 생각보다는 재미 없었다.
김영하씨 첫 소설집 <호출>도 읽었다. 김영하도 *지금보다* 어린 시절이 있었구나, 싶었다.
유시민씨 새 책을 주문했다. 원론적인 구호에서 이 사람에게 반감을 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김훈씨 첫 단편집도 주문했다. 왜 나는 이 사람한테 자꾸 속으면서도 책을 사는 거지.
보다 상큼하고 발랄한 이야기는 어디 없는지 생각하고 있다.
내 삶엔 늘상 물기가 부족하다. 촉촉하게 살고 싶다.
* * *
그리하여 이 글의 목적은 그냥저냥 원론적인 기록을 위한 일기일 뿐입니다. (믿어주세요)
'살다보면 > Diary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름신 강림 (0) | 2009.03.18 |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0) | 2009.03.16 |
아휴 (2) | 2009.02.27 |
여행 (0) | 2009.02.15 |
또 한번 주말은 가고 (1) | 2009.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