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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심심

나는 약 이주일 전부터 인생 최고로 심심한데
같이 놀자고 할 사람이 눈에 밟히질 않아서 외롭기까지 하다
따뜻한 밥과 차 한잔으로 위로해 줄 사람은 별로 필요없고
같이 노래방이나 가서 밤새도록 놀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종종 그렇게 놀았던 것도 같지만
이제는 그랬던 사람들이 다 뿔뿔이 흩어졌다는 게 문제다
문제라기보다는 좀 많이 놀랍다
자의던 타의던 나와 일상을 공유해주던 사람들이
고작 일이년 사이에 이렇게나 나와 상관없는 삶을 살게 될줄은 몰랐다
그런 것도 모르고 살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쨌든 나는 날이 갈수록 한심해지고 있다는 걸 머리와 피부로 느끼는데
한 때 내 안을 채우고 겉으로 삐져나왔던 날카로운 것들이
알맹이를 상실한 후에도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살아있는 탓이다
알았던 것들을 의심할 기력은 남았으면서 의심으로 비운 자리를 채울 성의는 없어서
해가 한번 뜨고 지면 나는 또 여지없이 쇠락해 버린다
시간이 가고 나면 이렇게 텅텅 비어버린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흩어진 이들은 모으지 못하고 몰랐던 이들은 알아가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말 미래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묘한 의미에서 결정론자인지도 모르겠다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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