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다 한 마음을 붙잡고 곰곰이 원심분리 해 보는 건 나의 오랜 버릇이지만, 적어도 그 누군가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오래도록 파고들고 싶지 않았기에 의도적으로 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드pride - 그런 것이 실존하는지는 제체두자고 - 가 무너지는 순간 죽을만치 가혹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의 그 활어처럼 날뛰던 마음이야 고요히 질식해 버린지 오래지만서두, 그 날뛰던 마음에 휘둘려 저질렀던 갖은 패악질들은 다른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부분이 문제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그 시절의 패악질들이 다른 이들에게 끼친 심적, 물적인 피해보다는 그 패악질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 자신의 밑바닥을 도저히 똑바로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다. 마냥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야 물론 아닐게다. 하지만 용기있게 직면한다고 해서 상황이 특별히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누구에게나 끝끝내 해결하지 못한 트라우마는 존재하고 죽는 날까지 벗어나지 못한 심리적 컴플렉스가 있는 만큼, 사실 이 모든 기억의 부산물들은 굳이 애써서 털어낼 필요가 없는 나의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방식으로 드러났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당도하게 되면, 그렇게 간단하게 표현하고 해결할 문제도 마음도 사건도 아니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시간이 지나고 식을 것은 식고 떨어질 것은 다 떨어진 후에도 유독 집착만이 독하고 거세게 숨쉬고 있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내가 끝끝내 '그 곳' 에 가닿지 못할 것이라는 결정론적 비관에서 비롯한다. 그래, 난 노력해서 뭔가를 이뤄본 적이 없다. 내가 갖거나 갖지 못한 모든 것, 요컨대 내 욕망이 한 번쯤 눈길을 주었던 것들은 시작부터 결승점에 도달해 있었거나 시작할 필요도 없이 멀리 있는 것들 뿐이었다. 그래서 내 비관은 미래가 단순히 오래된 과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불안에서 출발한다. 그 와중에 적당히 화창하면서도 꽤나 친숙한 현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행운이기도 했고 불운이기도 했다. 아아, 뭐 그냥, 쿨하게 착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 과거에게 정직하지 못할 뿐더러 내 현재에게는 너무 잔혹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로 그냥 이곳과 저곳 사이의 그곳 정도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무튼 여러모로? 복잡해 지는 건 여전한 비관과 그 비관을 덮고 있던 얄팍한 자존심이 내 짐작보다 훨씬 더 얄팍했다는 점 때문이다. 도대체 그 뻔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버티지도 못하는 자존심 같은 건 왜 갖고 있는 거야, 게다가 왜 그런 것 따위가 삶을 지탱하는 기둥인 거야?
사실 자신은 멍청하다고 수없이 고백하는 사람이 잘난 척하는 사람보다 더 미워질 때가 있다. 그런 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만 이런 글을 되풀이하는 건, 어쨌든 이 블로그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 난 이 사실이 너무 좋다.
여기까지 생각이 당도하게 되면, 그렇게 간단하게 표현하고 해결할 문제도 마음도 사건도 아니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시간이 지나고 식을 것은 식고 떨어질 것은 다 떨어진 후에도 유독 집착만이 독하고 거세게 숨쉬고 있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내가 끝끝내 '그 곳' 에 가닿지 못할 것이라는 결정론적 비관에서 비롯한다. 그래, 난 노력해서 뭔가를 이뤄본 적이 없다. 내가 갖거나 갖지 못한 모든 것, 요컨대 내 욕망이 한 번쯤 눈길을 주었던 것들은 시작부터 결승점에 도달해 있었거나 시작할 필요도 없이 멀리 있는 것들 뿐이었다. 그래서 내 비관은 미래가 단순히 오래된 과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불안에서 출발한다. 그 와중에 적당히 화창하면서도 꽤나 친숙한 현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행운이기도 했고 불운이기도 했다. 아아, 뭐 그냥, 쿨하게 착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 과거에게 정직하지 못할 뿐더러 내 현재에게는 너무 잔혹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로 그냥 이곳과 저곳 사이의 그곳 정도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무튼 여러모로? 복잡해 지는 건 여전한 비관과 그 비관을 덮고 있던 얄팍한 자존심이 내 짐작보다 훨씬 더 얄팍했다는 점 때문이다. 도대체 그 뻔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버티지도 못하는 자존심 같은 건 왜 갖고 있는 거야, 게다가 왜 그런 것 따위가 삶을 지탱하는 기둥인 거야?
사실 자신은 멍청하다고 수없이 고백하는 사람이 잘난 척하는 사람보다 더 미워질 때가 있다. 그런 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만 이런 글을 되풀이하는 건, 어쨌든 이 블로그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 난 이 사실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