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5월 19일이었을 것이다.
이날 오후 5시에 지산 락페스티벌 조기예매가 시작되었지만, 퇴근한 후에야 그 사실을 떠올린 탓에 예매에는 실패. 다만 펜타포트가 그랬듯 지산 역시 페스티벌 시작 날짜가 임박할수록 거의 휴지값이 되어버린 표들이 나돌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뭐 아니어도 까짓거 3일권 3만원 더 쓰는건데 뭐.) 예매실패 자체는 그닥 아쉽지 않았다. 허나 티켓오픈 5분만에 2000매 매진이라는 결과를 접하고 나니 이건 쫌 무섭더라. 펜타포트 처음 열릴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조기예매에 성공한 전력이 있는 jink군, 어땠어?;
다만 이 날 이곳저곳을 뒤져보다가 "인근 민박집에 이미 사람이 차고 있다" 는 첩보를 접한 게 주효했다. 막상 함께하는 이들의 숙박비를 지원하기로 공언은 해 두었지만, 뭐 비수기의 스키장 주변 팬션이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랴... 는 생각에 조금은 헤이해져 있었던 탓이다. 그러니까 가격이 오르리란 짐작은 했지만 설마 매진사례를 기록하리란 짐작은 하지 못했고 또 가격도 그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까지 오르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네이버 위성지도와 지산 락페 까페를 이용하여 행사장 입구 코앞에 있는 팬션 몇 곳을 추려냈다.
클릭
그렇다. 나는 정말 걷기가 싫었던 것 뿐이다.
먼저 자체 식당을 이용해 밥을 제공해 준다는 (돈주고 사먹는 거지만 어쨌든;) 후보 1. 방은 20인용 제법 커다란 것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수기에는 일일 7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3인부터 (와우)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거야말로 날로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재빨리 전화를 걸었는데...
아주머니 왈,
"그 날 행사 때문에 방이 다 나가고 있거든요? 빨리 하셔야 할 거에요."
"아, 예. 셋에서 다섯 정도 갈 것 같은데 얼마나 해요? 금, 토, 일이요."
"금요일이랑 토요일은 각각 20만원씩 받구요, 일요일은 10만원 받습니다."
"...예?"
"금요일이랑 토요일은 각각 20만원씩 받구요, 일요일은 10만원..."
"그러니까 3일 전부 하면 가격이..."
"50만원이요."
...나는 돈을 벌긴 하지만 아직 갑부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후보 2로 후퇴했다.
후보 2의 강점이라곤 예상되는 행사장 입구와 고작 7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 하나 뿐이었다. 뭐 숙소에서 지산리조트의 녹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곤 하지만 그날 녹음이나 즐기고 있게 생겼나. 다만 입지조건이 상당히 좋아서 역시나 많은 이들이 몰릴 것이 예상되었다. (심지어 이 집은 홈페이지에 숙박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0-) 역시나 가격은 일일당 10만원. 토탈 30만원...
어쩐지 더 후퇴를 해 봐야 비슷비슷할 것 같았다. 각혈하는 심정으로 (나는 30만원이면 펜타포트 행사장 코앞에 있는 라마다 호텔을 빌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산이라면 지산 리조트 콘도에 묵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팬션 따위에...T^T) 예약을 마치고 입금확인까지 무사히 마쳤다. 펜타포트나 지산이 제법 유명한 락페로 자리매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정석이거늘, 5월이 말미로 접어든 오늘날에도 아직 두달이 넘게 남은 락페에 벌써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기야, 조기예매 티켓이 2200장 가량 풀렸으니 이 행사에 오는 사람은 이미 미니멈 2200명 + a 란 뜻인데, 리조트 코앞의 민박집과 팬션을 꽉꽉 채운다손 쳐도 2200명이 묵기에는 곤란함이 있을 터이니 이해가 아주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일을 한번 겪고 보니 올해 양대 락페의 기싸움에서 진정한 득을 보고 있는 것은 지산리조트가 위치한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 주민 여러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_- 인천에서도 해마다 택시 및 숙박업계의 횡포가 말이 아니었다지만, 그래도 거기는 도심 외곽지였던 만큼 이 정도의 인파 충격은 충분히 소화할 만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는데, 지산은 걱정했던 대로 (인천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시골동네라...
허나 더 놀라운 건 고작 사흘이 지난 후에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매진사례의 소식들.
아무튼 지산에 가고픈 분은 늦게라도 여기여기 붙어라. 이렇게 드물고 정하다는 자고 씻을 곳까지 마련을 해준다는데도!! 가고싶은데 남은 방이 없어서 춥고 고달픈 산속 캠핑장에서 폭우 및 모기와 투쟁을 벌이다가 홀딱 젖고 모기향 연기에 질식하는 사람도 많고 밤마다 지친 몸을 끌고 바가지 콜택시를 불러 이천 시내 찜질방 혹은 시 외곽 모텔까지 질질 끌려갔다가 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명심하세요들. 이거이거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구요.
...뭐 하지만 싫음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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