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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불안

보통 이것저것 할 게 없어서 최후의 보루로 게임을 부여잡게 되면 석달 정도는 타임리프를 경험하기 마련인데 (캐릭 하나가 만렙을 찍었을 뿐인데 겨울이 왔다, 라던가...) 어쩐지 이젠 그런 주기도 훨씬 짧아지는 느낌. 한 삼 주쯤 매달린 거 같은데 확 질려버려서 못하겠다. 거의 일 년 이상을 기다린 폴아웃3 한글패치작업도 이제 끝난 모양인데 깔아놓고 보니 그것도 하기 싫고... 쩝. 태백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서점인 "이마트" (...) 에서 주워온 정이현씨 단편집도 그럭저럭 다 읽어가는데, 어쩐지 이분도 그간 본색을 모르고 지나쳐 왔다는 느낌. 지난 주말에는 영풍문고에서 진중권씨 책도 사왔지만 이 분 글은 인터넷에서 보던가 강연을 듣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실 요 느낌은 김규향씨 책을 읽을 때도 느낀 거긴 한데. 이미 활자세대의 지식인들이 아니란 뜻일까.

요즈음은 다음주로 잡아놓은 라섹수술 날짜를 기다리며 인터넷에서 수술 후기를 조목조목 읽어보는 중. 뭐랄까 공포에 질리게 하는 글들도 많고 나름 희망을 갖게 하는 글들도 많아서 종국에는 그저 불안해질 뿐이다. 불안할 때면 늘 뽑아보는 타로 결과는... High Priestess. 참 카드마저도 미적지근하도다. 뭐 어쩌라는 건지 원-_-;;;

그래서 담배피러 나갔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아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구나 오늘 하늘엔 별이 참 많구나 혼자라는 생각이 안드는 건 이상하지... 그러고보면 오지은씨 노래도 떼창하게 되면 참 어색하겠구나, 싶었더랬다.

그러고보니 나란 인간은, 약 2년 전부터 더는 식을 구석이 없는 인간상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요 가을 들어서는 정말 걷잡을 수 없게 식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나마 기뻐하거나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즐거워했던 많은 일들에 한 층 더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뜨뜻미지근하게나마 뭔가가 불안하다면 그런 점들이 불안하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그런 점들에도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불안하다. 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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