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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간만에 여러가지

0.
일단 하나 보고 시작하자 :: 어제 못 간 헬로루키 2009, 국카스텐 공연


...왜 화가 나지?


1.
서울 여기저기에서 옹기종기 줄서있는 각종 비싼 차들을 볼때마다 웬지 안타깝다
시속 수백킬로미터를 달려도 달릴수록 착착 가라앉을 현대과학과 자본주의의 총아들이
어쩌다가 신림동 모퉁이 골목길 좌회전 차선에 꽉 막혀서 덜덜거리며 떨고 있어야 하는 건지
외갓집 옥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삼거리에는 그렇게 얌전히 줄서서
가다서다 웅크리는 차들이 퍽이나 많아서 참 기막히고 웃기기도 했다
나야 날이 갈수록 이 나라 남성들의 보편적인 관심사 (술, 여자, 스포츠, 자동차 등등;)
와는 참 화합하기 어렵게 되어가는 인간이긴 하지만
보다 크고 비싸며 잘나가는 차를 갖고 싶다는 욕망만은 정녕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죄다 자유로 폭주족이 될 꿈을 꾸는 것도 아니면서.

2.
간만에 들른 친척집에서 나는 아직도 영민하며 과묵하고 간혹 시기적절한 끼를 선보이는
(다른 말로는 가끔 미친 짓을 하는...) 모범생, "아 그러나 지금은 군인?" 정도로 기억되고 있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들과 인지하지 못하는 나이듦에 대해 야금야금 이야기를 나누며
외사촌 셋과 이종사촌 셋의 얼굴을 업데이트하는 시간이었다
그러고보니 나에게 여섯명이나 되는 여자 사촌이 있다는 건 뭐랄까 좀 많이 괴상한 일이다
중+고+대학생 여자아이 여섯명이 한꺼번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적잖이...

3.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들에 근거하자면
취학 이전의 나는 길거리에서든 TV에서든 음악만 나오면 미친듯이 춤을 추는 아이였다고 한다
증거자료도 꽤나 많이 남아있으니 이제와 발뺌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대상이 애든 어른이든 왜 그런 사진을 남기기 좋아하는 걸까, 어쨌든
어떤 면에서는 좀 옛날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원래 나이들면 애가 된다지만

4.
종일 이곳저곳에서 눈이 왔다.
예전에는 첫눈이란 걸 퍽이나 따졌던 것도 같은데 워낙 여기저기서 눈을 보다보니 그런 걸 따지기가 어렵다
태백에서 날리는 눈발이 서울에선 날리지 않았다면
그 첫눈의 기억이란 이곳과 저곳이 서로 달리 간직한 것일진데,
그렇다면 이것은 지고새는 계절의 조화에 대한 시간적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응고하고 추락하는 물방울들의 공간적 문제인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문제가 공간의 층위로 전락하는 순간 감흥은 휘발하고 감각만 남는다
게다가 당장 눈이 오면 운전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걸려있다보니
나는 지금 내 생애 처음으로 흩날리는 눈발 아래 "근심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사실 나는 상당히 낭만적인 사나인데 대관절 왜 이렇게 되어가는 걸까

5.
명불허전 :: 롤랜드 에허리히의 <2012>.

6.
더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더는 표현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해서 아예 없어진 것도 아니다
그냥 효력이 없어진 것 뿐이지
파기해버린 문서들의 표지들만 따로 모아 차곡차곡 개켜놓은 것처럼
기억이란 이리도 퍽이나 오래 남아 사람을 괴롭힌다
참고적으로 떠올리는, 파기한 3급 비밀 예고문의 보호기간은 1년... (...)

7.
이놈의 도시가 유난히 쓸쓸해보이는 걸 보니
아직도 겨울은 오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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