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말은 태어나서 가장 생소한 분야에 대하여 가장 격렬한 형태의 찬사를 받은 날.
타인의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상 (그리고 그런 사고방식과는 달리 그 어떤 사소한 칭찬에도 고래처럼 춤 출 준비가 되어있는 본성상) 얼척없이 들떴던 밤이었다. 괜찮은 바Bar도 공간도 많이 알게 되었으나 과연 재활용하게 될 일이 있을지는 미지수. 이 사람들의 세상과 내 사람들의 세상은 달라도 워낙 달라서 말이지. 칵테일 같은 거 좋긴 한데 난 역시 그냥 병맥주가 더 좋다. 남들이 아무리 오가든이라고 무시해도 호가든은 여전히 맛있다. 아메리카노 커피맛은 원빈처럼 서른이 되어야 알게 되려나. 이건 그냥 커피고 이건 TOP야... 이런 것과는 별개로 홍차나 얼그레이 맛은 아마 영영 알지 못할런지도. 아따 밍밍하여라. 어쨌든 나는 이제 실용음악과 출신의 냉소적인 재즈 기타리스트도 감탄하게 만든 노래실력의 소유자올시다. 혹시나 나중에 더 친해지게 돼서 이 블로그를 그분이 아는 날이 온다면 이 글은 폭파시켜야지. 냠냠. 암튼 참 묘하게 진지한 분들과 어울린 (이라기보다는 그저 구경한?) 재미난 밤이었다.
한편으론 그 뜬금없는 진지함들이 나이듦의 징표처럼 느껴져서 무섭기도 했다. 나도 이년쯤 더 나이를 먹으면 "이것만이 내 인생!" 을 슬로건처럼 진지하게 외칠 수 있게 되는건가. 그러니까 마치 "정권 재창출!" 과 같은 느낌의 발언들이었는걸. 그런 신념과 진지함들, 밤새도록 접했지만 익숙해지질 않는다. 이런 거리감은 내가 이른바 "운동권" 이 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2.
연계되는 말들이긴 한데 참 내 주변엔 우버(Uber :: great or extreme example of something. 접두사) 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뭐랄까, 이런게 괜한 허세는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안량과 문추의 목을 베어버리고 돌아온 관우에게 조조가 감탄하자 관우가 이렇게 말했을 때처럼. "제 동생 장비는 안량, 문추와 같은 이들의 목은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모르긴 모르건데 관우를 보내고 나서 조조는 엄청 비웃지 않았을까. 유치뽕이다. 니가 중딩이냐? 하면서.; 자고로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친구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법이다.
하지만 무작위로 진행된 블라인드Blind 테스트에서 그들의 능력은 역시 출중하다는 것이 십분 증명되었으니 아주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무한한 친화력과 사태장악력, 앰프와의 대결 및 17대 1의 대화에서 인간을 넘어서 실로 신령스런 경지에 이른 김모양. 오묘하며 위태롭고 몽글몽글하며 불가사의한 정신흡입력과 화제정화력의 정모양. (그녀의 정화력은 마치 퓨트리스가 개발한 포세이큰의 새로운 역병으로 오염된 일루미타르- 죽음의 관문을 정화시키는 알렉스트라자의 불꽃과 같다고나 할까...) 친밀감과 어색함의 틈 사이로 기묘하게 파고들어 자신만의 둥지를 틀고 상대에게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가히 일인자라 할 만한 김모양.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체력이 아닌 근성이며 그렇게 쌓인 근성으로 멀쩡한 인생을 얼마나 피곤하며 다이나믹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정리해 놓고 보면 그럭저럭 참 잘 살고 있는, 어쩐지 이래저래 생존의 달인 김모 선배. 시세에 맞춰 자신의 의견과 타인의 의견을 대립 조정하고 이것들에서 새로운 국면을 도출해 낼 줄 알면서도 거의 모든 면에 있어서 아닌척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말하자면 쉬크한 생활태도란 이런 것이다 - 라는 것을 객관화해서 책 한권으로 모셔놓은 듯 하면서 정작 자신은 전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그러니까 보통사람과 아닌 사람의 경계에서 참 줄타기를 잘하여 내 주변인 가운데에선 드물게 미래가 촉망되는 최모군. 얼음과 같은 냉정함과 강한 결단력, 상황추진력을 지닌 듯 하여 마치 자로 댄 듯 결벽적인 인생을 설계하는 듯 하나 실은 별로 그렇지 않은 오덕적이며 폐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병행하고 있는 허허실실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니던가) 의 교과서 정모양. 정체를 알 듯 하다가 가끔은 모를 것도 같다가 정말 알 것도 같으면 다시 이상한 행동으로 사태를 뒤집어 버리기를 반복한 나머지 알아가기를 포기하게끔 만들어, 연예계에 적용하면 좋을만한 이미지 신비주의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김모 선배. 의도를 알 수 없는 백치미와 인생 통달한 예술가의 스피릿을 리듬감없이 띄엄띄엄 늘어놓아 '이 인간처럼 생긴 존재의수준 정체' 를 의심하게 만들 무렵이면 괜찮은 수준의 노래를 불러서 그럭저럭 이미지를 정리하곤 하는, 사람에 따라선 치명적인 매력을 느낄지도 모르는 관록의 보컬 황모군. 골방 안에 스스로를 감금한 채 이상한 이벤트와 담론과 쑈쑈쑈를 뜬금없이 생산해 내며 예수 코스프레와 같은 독보적인 몸매감각으로 함께하는 이를 즐겁게 하는 광활한 네트와 G마켓의 달인 안모군. 대학을 졸업한 지 어언 1년. 수 번에 걸친 수십시간의 만남 내내 '너는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느냐?' 곧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이란 질문을 집요하게 반복했으나 그 어떤 의미있는 정보도 노출하지 않는, 팔년을 넘게 알아온 친구조차 그 이름과 생김과 목소리, 그리고 연락처 외에는 어떤 정보도 캐내지 못 한, 다크템플러가 울고 갈 자체 클로킹의 달인 유모군. 남들이 뭐라하건 마이페이스의 달인 권모군. 삼년만에 연락해서 대뜸 개인정보를 요구하더니 입대인사보다 제대인사를 먼저 하는, 대책을 알 수 없는 사회성의 소유자 김모군. 분명 직접 지켜보기에 하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마 우주에서 세 번째 정도로는 바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바쁜 척의 달인 전모군. 이상 13인은 적어도 한 사람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공유할 바운더리Boundary 를 넘어선 세계에서도 여지없이 우버한 능력을 보여준 이들이었다. (곧 상당부분이 내 평가가 아니라는 것)
이런 말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으면서도 걱정되는 건 이런 말들이 안량 문추룰 벤 관우의 공치사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이긴 한데, 뭐 난 안량 문추룰 벤 적이 없으니까 상관없긴 하다.
그러고보니 애완동물 이름으로 안량 문추도 괜찮을 거 같은데.
3.
참고로 다시 한번 선언하자면 난 내 블로그에 써놓은 글의 그 어떤 부분에도 진지하게 책임질 생각이 없다 (...)
지난 주말은 태어나서 가장 생소한 분야에 대하여 가장 격렬한 형태의 찬사를 받은 날.
타인의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상 (그리고 그런 사고방식과는 달리 그 어떤 사소한 칭찬에도 고래처럼 춤 출 준비가 되어있는 본성상) 얼척없이 들떴던 밤이었다. 괜찮은 바Bar도 공간도 많이 알게 되었으나 과연 재활용하게 될 일이 있을지는 미지수. 이 사람들의 세상과 내 사람들의 세상은 달라도 워낙 달라서 말이지. 칵테일 같은 거 좋긴 한데 난 역시 그냥 병맥주가 더 좋다. 남들이 아무리 오가든이라고 무시해도 호가든은 여전히 맛있다. 아메리카노 커피맛은 원빈처럼 서른이 되어야 알게 되려나. 이건 그냥 커피고 이건 TOP야... 이런 것과는 별개로 홍차나 얼그레이 맛은 아마 영영 알지 못할런지도. 아따 밍밍하여라. 어쨌든 나는 이제 실용음악과 출신의 냉소적인 재즈 기타리스트도 감탄하게 만든 노래실력의 소유자올시다. 혹시나 나중에 더 친해지게 돼서 이 블로그를 그분이 아는 날이 온다면 이 글은 폭파시켜야지. 냠냠. 암튼 참 묘하게 진지한 분들과 어울린 (이라기보다는 그저 구경한?) 재미난 밤이었다.
한편으론 그 뜬금없는 진지함들이 나이듦의 징표처럼 느껴져서 무섭기도 했다. 나도 이년쯤 더 나이를 먹으면 "이것만이 내 인생!" 을 슬로건처럼 진지하게 외칠 수 있게 되는건가. 그러니까 마치 "정권 재창출!" 과 같은 느낌의 발언들이었는걸. 그런 신념과 진지함들, 밤새도록 접했지만 익숙해지질 않는다. 이런 거리감은 내가 이른바 "운동권" 이 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2.
연계되는 말들이긴 한데 참 내 주변엔 우버(Uber :: great or extreme example of something. 접두사) 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뭐랄까, 이런게 괜한 허세는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안량과 문추의 목을 베어버리고 돌아온 관우에게 조조가 감탄하자 관우가 이렇게 말했을 때처럼. "제 동생 장비는 안량, 문추와 같은 이들의 목은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모르긴 모르건데 관우를 보내고 나서 조조는 엄청 비웃지 않았을까. 유치뽕이다. 니가 중딩이냐? 하면서.; 자고로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친구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법이다.
하지만 무작위로 진행된 블라인드Blind 테스트에서 그들의 능력은 역시 출중하다는 것이 십분 증명되었으니 아주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무한한 친화력과 사태장악력, 앰프와의 대결 및 17대 1의 대화에서 인간을 넘어서 실로 신령스런 경지에 이른 김모양. 오묘하며 위태롭고 몽글몽글하며 불가사의한 정신흡입력과 화제정화력의 정모양. (그녀의 정화력은 마치 퓨트리스가 개발한 포세이큰의 새로운 역병으로 오염된 일루미타르- 죽음의 관문을 정화시키는 알렉스트라자의 불꽃과 같다고나 할까...) 친밀감과 어색함의 틈 사이로 기묘하게 파고들어 자신만의 둥지를 틀고 상대에게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가히 일인자라 할 만한 김모양.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체력이 아닌 근성이며 그렇게 쌓인 근성으로 멀쩡한 인생을 얼마나 피곤하며 다이나믹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정리해 놓고 보면 그럭저럭 참 잘 살고 있는, 어쩐지 이래저래 생존의 달인 김모 선배. 시세에 맞춰 자신의 의견과 타인의 의견을 대립 조정하고 이것들에서 새로운 국면을 도출해 낼 줄 알면서도 거의 모든 면에 있어서 아닌척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말하자면 쉬크한 생활태도란 이런 것이다 - 라는 것을 객관화해서 책 한권으로 모셔놓은 듯 하면서 정작 자신은 전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그러니까 보통사람과 아닌 사람의 경계에서 참 줄타기를 잘하여 내 주변인 가운데에선 드물게 미래가 촉망되는 최모군. 얼음과 같은 냉정함과 강한 결단력, 상황추진력을 지닌 듯 하여 마치 자로 댄 듯 결벽적인 인생을 설계하는 듯 하나 실은 별로 그렇지 않은 오덕적이며 폐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병행하고 있는 허허실실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니던가) 의 교과서 정모양. 정체를 알 듯 하다가 가끔은 모를 것도 같다가 정말 알 것도 같으면 다시 이상한 행동으로 사태를 뒤집어 버리기를 반복한 나머지 알아가기를 포기하게끔 만들어, 연예계에 적용하면 좋을만한 이미지 신비주의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김모 선배. 의도를 알 수 없는 백치미와 인생 통달한 예술가의 스피릿을 리듬감없이 띄엄띄엄 늘어놓아 '이 인간처럼 생긴 존재의
이런 말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으면서도 걱정되는 건 이런 말들이 안량 문추룰 벤 관우의 공치사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이긴 한데, 뭐 난 안량 문추룰 벤 적이 없으니까 상관없긴 하다.
그러고보니 애완동물 이름으로 안량 문추도 괜찮을 거 같은데.
3.
참고로 다시 한번 선언하자면 난 내 블로그에 써놓은 글의 그 어떤 부분에도 진지하게 책임질 생각이 없다 (...)
'살다보면 > Diary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래저래 (6) | 2009.12.15 |
---|---|
안즐거워 (2) | 2009.11.29 |
추위 (2) | 2009.11.19 |
간만에 여러가지 (2) | 2009.11.15 |
2009년 11월 12일 (2) | 200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