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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이래저래

인터넷도 안통하니 답답하고 해서 시내까지 기어나와서 피씨방에 들른 참이다.
고작 이틀을 못참고 이러다니 내 한계도 정말 명확하구나.;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급강하하는 기온 속에서 몸상태도 형편없이 망가져가는 중이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느니, 더운 것 보다는 추운 게 더 낫다느니, 그런 철없는 말도 잘했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한기가 "뼛속에 서린다" 는 게 어떤 말인지 소름끼치게 실감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외풍이 잘 드는 한데서 자거나, 허술하게 입고 바깥일을 너무 오래 하거나 하면 여지없이 등골 깊숙히 스며든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 이게 하루이틀 이불속에 파묻혀 있거나 온풍기를 오뉴월 선풍기처럼 끌어안고 산다고 해서 금방 나아지질 않는거다; 게다가 먹는 것까지 부실하고 나면 입가에 번지는 버짐이며 사정없이 터져버리는 입술... 겨울은 정말 냉혹한 계절이다. 우리 선조들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가혹한 땅에 보금자리를 펼 생각을 한 걸까.
 
그래도 할 일이 없으니 모처럼 사 둔 책은 꾸역꾸역 잘 읽어가는 중이다. 다른 것 보다는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에서 "뭐 이딴 사람이 다 있" 나 싶은, 잔뜩 물먹은 감수성을 보여줬던 보통씨의 진면목을 알아보게 된 <여행의 기술>이 잘 건진 물건이라고나 할까. 에세이를 읽고 인용하거나 써먹고 싶은 생각의 조각들을 건져낸 것은 처음이라서 이래저래 흡족하긴 한데, 사실 그런 것도 제공하지 못한다면 에세이란 건 대체 왜 읽었던 거지; (누군가 수필은 변태나 읽는 거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데, 누구였더라) 지금은 씨네21에서 알콩달콩 칼럼을 연재중인 김연수- 김중혁씨의 소설들을 읽는 중인데, 뭐랄까 이런 식의 이야기 진행은 역시 내 타입이 아니다. 김애란씨는 신작 안내시나...

들불처럼 번지는 아이폰 열풍에 힘입어, 우리 직장에서도 무려 세 명의 아이폰 유저를 발견하였다. 인터넷으로 정보들만 긁어 볼때는 그래도 쉬크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내 안의 지름본능이 실물을 접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오르는 걸 느낀다; 각종 어플들의 유사 SF 지향적 성능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역시 "아이폰" 이란 기기 자체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엿볼 수 있는 - 완전 우월한 인터페이스! 게다가 말 그대로 "미끄러지는" 터치감이라니; 이건 글줄 몇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만져봐야 안다 정말. 게다가 내가 정말 무서운 건 이 기기가 출시된 지 2년이나 지난 모델이란 점. 허허... 흔히들 애플은 기계를 파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무엇이 그런 걸 가능하게 만들었는지 실감하는 중이다. 여튼 결론은 모처럼 발전하는 미래를 엿보는 것 같아서 흡족하다고나? 아이폰 구입은 좀 더 두고보자. 구글폰도 나오고, 아이폰 신모델도 내년 6월이면 나오고, 무엇보다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 할부가 아직 일년은 남은 참이다. (라는 것이 이성의 부름이지만 지름신께서는...;)

이번주에 개봉하는 <전우치>와 <아바타>는 반드시 챙겨볼 참이다. (특히 아바타는 반드시 아이맥스 3D버전으로!) 이번 주말엔 <여배우들>을 봤는데 이래저래 올겨울 시즌의 스타트를 끊는 영화로는 손색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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