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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고요한 밤

그럭저럭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복잡한 크리스마스 1차 일정은 대강 이정도로 마무리된다. 뭐 사실 이렇다한 일정이라고 해봐야 아바타를 다시 보고 셜록홈즈 및 가을 소나타란 제목의 정체모를 연극을 봤다는 것 정도? 아주 갚지다고 평하기엔 민망한 시간들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세계에서 뚝 떨어진 사람이 되어 이사람 저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심정적으로 힘든일도 드문 것 같다. 그러니까, 나처럼 타인의 맘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특히나. 고작해야 산더미같은 무의미 속에 아무도 모르(ㄹ거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게 마음을 얹어두는 것이 고작인 주제에 참 바라는 것도 많다. 뭐...아니라면 그저 나는 따뜻한 말에 굶주려 있는지도. 웃긴 건 내가 그런 말들의 진의를 언제나 의심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결핍을 존재근거로 삼는 것은 참 편리하면서도 이상한 증상이다. 라는 것. 사실 가져본 적도 없는 것들의 부재에서 부조리한 결핍과 고통을 느끼는 것보다는 나을 지도 모른다. 라고도 생각하는 탓이다. 이 경우 특히나 외로움은 보다 다루기 쉬운 감정이 된다. 허허

하다보니 또 말이 길어지네. 암튼 고요한밤 거룩한밤은 다시 깊어가고, 창밖은 온통 젖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나는 몹시 덥고, 소설보다는 역시 시를 쓰는 편이 조금 더 찌질해 보일지라도 현명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 해야 할 말이 쓸 수 있는 글들로 좁혀지지 않아서 그냥 조금 더 허탈하다. 어찌됐든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확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오늘 본 연극에서는 그러더라, 사람은 이해하고 오해하고, 기대하다가 실망하고, 사랑하다가 증오하더라도 결국 용서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나는 문득 미실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알아차린 후에는 정말 너무 늦어버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이다.

예수는 세상에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이 박시글거리는 세상에서 외로움을 얼마나 앓았을까. 역시 위인이 되려면 그정도는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해보는 크리스마스 이브. 크게 유쾌하진 않지만 우울하다기보다는 그저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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