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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많은 일들

또 눈이 오다니! 정말 날씨때문에 요즘처럼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내 군생활에서 제일 고된점은 역시 여기까지 차를 몰고 다녀야 한다는 점?(....) 많은 국군장병들에게 송구스럽긴 하지만 뭐, 괜히 없는 일을 만들어서 힘든척하는 것보다야 훨씬 정직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혹시 내 인생의 지복들은 죄다 군생활에 소모되고 있는 건 아닐까;;

잊기전에 크리스마스에 즐긴 각종 문화행사들의 인상이나 기록하자 : 셜록홈즈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가벼웠던 듯. 액션홈즈가 되어버린 건 그렇다 치겠는데 거의 판타지 홈즈로 흘러가 버린 건 쫌 아니잖아?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홈즈 애니메이션의 실사판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완전 우월하신 주드로님 덕택에 살아난듯.

아바타는 두번째 보니까 신선함이 좀 많이 휘발되는 느낌. 외계행성이나 외계인이란 느낌이 정말 털끝만치도 들지 않았으니 좀 문제가 있잖아? 그래도 아직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세계는 발전하고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영화 자체의 의미는 깊은 편이다. 앞으로 나올 WoW 영화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켰다고나 할까.

연극 <가을 소나타>는, 뭐랄까, 교수님들이 좋아할만한 전형적인 플롯에 전형적인 사건에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연극이었는데, 이래저래 시대착오적인 가정극이란 인상이 강했다. 뭐 "제기랄" 같은 대사가 또박또박 등장하는 사정없는 문어체 극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심심한 연기는 쫌... 애정결핍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상적으로 보여준 건 좋았다. 그러니까 애정결핍인 사람은 애를 키우면 안된다는 결론. (응?)

에반게리온 : 파는 보는 내내 멍해질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에바처럼 장면장면의 상징적 의미가 전반적 내러티브보다 중요한 의미구조를 이루는 이야기를 다시 만들기 위해선 사소한 디테일의 재생산이 퍽이나 중요한데,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그런 장면들을 파괴해 버린다. 그렇게 쉽고 또 자연스럽게 웃는 레이라니, 세상에 이렇게나 착한 아스카라니, 이런 어림없는 이유로 폭주하는 신지라니!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오타쿠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이야기 자체가 보다 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자폐증과 조울증에서 벗어나 "나아지는" 세계를 제작자 스스로가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기대이기도 할테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영화 중반부에 삽입된 한마디, You can (not) advanced 였더랬다. 카오루의 말들도 그렇고) 그러니 여전히 기대되는 시리즈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나의 아스카쨩을 그렇게 매력없는 캐릭터로 만들어 버린 건 쉽사리 용서가 안돼! 아흐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유작니란 이름으로 포장되기엔 핀트가 많이 어긋난 작품이란 느낌이 강하다. 히스 레져쯤 되는 사람의 유작이라면 적어도 다크나이트 정도의 광기어린 에너지가 느껴져야 하는데, 이건 뭐... 마케팅과 실재의 차이를 다시한번 느낀 순간이라고나할까. 뭐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파악이안되기도 하지만;;; 내가 보려고 했던 이야기는 적어도 이 영화에는 없었다. 역시나 우월한 주드 로씨가 인상깊었을 뿐? (조니뎁은 분량이 너무 적어서;)

마지막으로 형의 공연?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시종일관 안절부절;; 주책없이 사람을 너무 많이 끌고 간 것도 그랬지만 기껏 불러온 애들한테도 이미 알려진 사실과는 너무 다른 행사였기에...; 아직까지도 찜찜한게 가시질 않는다. 우우.

이쯤 해둘까. 사실 노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이벤트 하나가 우당탕탕 끝나고 나면 후유증이 꽤 오래 간다. 역시 삶을 즐기는 것도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란 깨달음을 얻어가는 중이다. 뭐 딱히 금전적인 기반을 말하는 건 아니다. 요즈음의 나는 어울려도 외롭고 놀아도 심심하고 쉬어도 피곤하다. 그냥, 혼자 다른 세상에 유배된 느낌이라 그런걸까.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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