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관련된 기억 몇가지 ::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되새기자면 토지, 자본, 노동이 아마도 경제 혹은 생산의 3요소란 이름으로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었던 것 같다. 뭐 이 3요소를 처음으로 접한 건 교과서가 아니라 아마도 이원복 교수의 경제 개론 만화에서였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 만화를 볼때에 그랬듯이 경제시간에도 나는 경제 혹은 생산의 3요소 가운데 왜 "토지" 가 들어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윤을 계산하거나 기타 생산비용을 추산할 때에도 꼭 "지대" 란 요소가 첨가되는데, 그것 역시 어째서 계산되어야만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땅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자원이라고? 아마도 그때의 난 "땅에도 주인이 있다" 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고등학교 윤리교과서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어떤 인디언 추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평범한 도시의 평범한 아이었던 나에게 그 누구도 "땅" 의 소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등굣길과 하굣길, 동네 PC방과 학교, 학원, 간혹 들르는 서울과 그때 밟게 되는 휴게소, 고속도로, 기타등등, 내가 가는 모든 공간은 그 어떤 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이른바 "공공의 공간" (처럼 보이는 곳)이었으며 실제로 그 어떤 이도 내가 다만 그 땅에 "발딛고 있다는 것 만으로" 모종의 대가를 나에게 요구한 적이 없다. (피씨방에 가면 게임을 하고 노래방에 가면 노래를 부른다;) 그러니 내 머릿속에 토지의 소유개념이란 것이 막막할 수 밖에. 어른들은 설날마다 내 손에 세뱃돈을 꼭 쥐어주며 이 돈은 "너의 것" 이고 "세배라는 노동의 대가로" 나에게 주어진 정당한 보상이란 사실을 단단히 각인시켰지만, 가족의 화목이라는 이 간단한 생산이 이루어지는 아파트 거실, 그 작은 공간 자체가 진정 가장 거대한 생산자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이랬으니 내가 경영학과를 못갔지.
고등학교 시절 내내 국사를 공부하며 내게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던 개념 역시 토지소유에 관한 부분이었다. 삼국시대 이후 기나긴 세월동안 정전법, 직전법, 과전법 등등이 이어지다가 결국 녹봉제가 실시되었을 때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진작에 이렇게 할 일이지. 하지만 그 이후에도 주욱- 이어지는 대토지소유 지주가 어쩌구, 왕토사상이 어쩌구, 광복 이후 유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이 어쩌구... 하는 말들, 솔직히 말하건대 아직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왕토사상에 따르면 국가의 모든 땅은 왕의 소유인데, 대토지소유 지주가 있다는 건 또 무슨 소리야? 게다가 어떤 땅은 상속이 되는데 어떤 땅은 상속이 안되고, 그래서 이 땅은 편법으로 상속을 하다가 그런 땅이 너무 많아지니까 나눠줄 땅이 없어서 어쩌구 저쩌구. 도대체 이 좁은 나라에 무슨 땅이 그렇게 많다는 건지. 게다가 막말로 땅만 주면 흙파먹고 살 것도 아니고, 농사를 짓던가 뭘 만들던가 해야 할텐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기타등등 기타등등... 결국 경제사 부분은 거의 달달외우기 신공으로 스킵하고 넘어가 버렸던 것 같다. 이제 와서 하나도 정리가 안되는 걸 보니 틀림없다.
허나 작금의 이 나라에서 경제주체로 기능하고 살아가려면 부동산의 원리쯤은 꿰차고 있어야 하는 법, 요즈음의 나는 전혀 공감 가지 않는 각종 재테크 이론과 정치적 현상들, 그리고 틀림없이 그 심장부에 도사리고 있는 부동산의 움직임을 눈앞에 두고 꽤나 막막해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출발! 드림팀 시즌2>에 출연한 전북도지사는 새만금 지구가 완공되면 전국민 1인당 10제곱미터를 나눠줄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양의 토지가 생겨난다고 말하며 기염을 토했다. 멋진 일이지만, 전북 서해안에 그 배가 되는 땅이 솟아나더라도 대한민국 전 국민은 오로지 in 서울, in 강남에만 목매달고 있을 것이다. 어디 전북 서해안 뿐이랴? 땅이라면 여기 태백에도 무진장 넘쳐난다; 광개토대왕이 부활해서 만주벌판을 다시 호령하든, 아니면 환단고기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쥬신제국이 부활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통채로 가져온다손 쳐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강남 8학군에 들어가지 못해서 안달할 것만 같은 형국이다. 그러니 뭐 이런 만화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58305&mm=004001001 도 있긴 하지만, 정말 외계인들이 와서 이 꼴을 본다면 기이하게 여길 수도? 하지만 막상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대출 껴서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 순간 돌변한다는 말도 있으니...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당장 나부터 수도권 진입을 위한 계획에 잔뜩 긴장하는 중이니... 어떻게 될지 한번 두고 보자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다만 온전하게 존재하기 위한 공간을 소유한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이렇게나 막대한 국가적 대가를 치루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이것이 정녕 이 시대가 그렇게 사랑하듯 효율적이며 실용적인 일인지 질문하는 것이 시의적절한 일일까, 아니면 그 어떤 고난 속에도 오로지 땅문서 하나만을 놓지 않고 살아간 덕택에 결국 대성할 수 있었던 <토지>의 왕룽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기억하고,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부르마블을 익혀서 땅이야말로 꿈과 삶과 우주의 신비가 집대성된 인류 최초이자 최후의 자원임을 스스로 각인하는 편이 좋을까...
ps. 뭐 알아보니 나름 경제 3요소에 대한 반론도 있는 모양이다.
역시 나만 이상한 건 아니었어...
pps. 근데 써놓고 보니 너무 무식이 탄로나는 글인데. (...)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되새기자면 토지, 자본, 노동이 아마도 경제 혹은 생산의 3요소란 이름으로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었던 것 같다. 뭐 이 3요소를 처음으로 접한 건 교과서가 아니라 아마도 이원복 교수의 경제 개론 만화에서였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 만화를 볼때에 그랬듯이 경제시간에도 나는 경제 혹은 생산의 3요소 가운데 왜 "토지" 가 들어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윤을 계산하거나 기타 생산비용을 추산할 때에도 꼭 "지대" 란 요소가 첨가되는데, 그것 역시 어째서 계산되어야만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땅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자원이라고? 아마도 그때의 난 "땅에도 주인이 있다" 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고등학교 윤리교과서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어떤 인디언 추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평범한 도시의 평범한 아이었던 나에게 그 누구도 "땅" 의 소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등굣길과 하굣길, 동네 PC방과 학교, 학원, 간혹 들르는 서울과 그때 밟게 되는 휴게소, 고속도로, 기타등등, 내가 가는 모든 공간은 그 어떤 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이른바 "공공의 공간" (처럼 보이는 곳)이었으며 실제로 그 어떤 이도 내가 다만 그 땅에 "발딛고 있다는 것 만으로" 모종의 대가를 나에게 요구한 적이 없다. (피씨방에 가면 게임을 하고 노래방에 가면 노래를 부른다;) 그러니 내 머릿속에 토지의 소유개념이란 것이 막막할 수 밖에. 어른들은 설날마다 내 손에 세뱃돈을 꼭 쥐어주며 이 돈은 "너의 것" 이고 "세배라는 노동의 대가로" 나에게 주어진 정당한 보상이란 사실을 단단히 각인시켰지만, 가족의 화목이라는 이 간단한 생산이 이루어지는 아파트 거실, 그 작은 공간 자체가 진정 가장 거대한 생산자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이랬으니 내가 경영학과를 못갔지.
고등학교 시절 내내 국사를 공부하며 내게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던 개념 역시 토지소유에 관한 부분이었다. 삼국시대 이후 기나긴 세월동안 정전법, 직전법, 과전법 등등이 이어지다가 결국 녹봉제가 실시되었을 때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진작에 이렇게 할 일이지. 하지만 그 이후에도 주욱- 이어지는 대토지소유 지주가 어쩌구, 왕토사상이 어쩌구, 광복 이후 유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이 어쩌구... 하는 말들, 솔직히 말하건대 아직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왕토사상에 따르면 국가의 모든 땅은 왕의 소유인데, 대토지소유 지주가 있다는 건 또 무슨 소리야? 게다가 어떤 땅은 상속이 되는데 어떤 땅은 상속이 안되고, 그래서 이 땅은 편법으로 상속을 하다가 그런 땅이 너무 많아지니까 나눠줄 땅이 없어서 어쩌구 저쩌구. 도대체 이 좁은 나라에 무슨 땅이 그렇게 많다는 건지. 게다가 막말로 땅만 주면 흙파먹고 살 것도 아니고, 농사를 짓던가 뭘 만들던가 해야 할텐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기타등등 기타등등... 결국 경제사 부분은 거의 달달외우기 신공으로 스킵하고 넘어가 버렸던 것 같다. 이제 와서 하나도 정리가 안되는 걸 보니 틀림없다.
허나 작금의 이 나라에서 경제주체로 기능하고 살아가려면 부동산의 원리쯤은 꿰차고 있어야 하는 법, 요즈음의 나는 전혀 공감 가지 않는 각종 재테크 이론과 정치적 현상들, 그리고 틀림없이 그 심장부에 도사리고 있는 부동산의 움직임을 눈앞에 두고 꽤나 막막해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출발! 드림팀 시즌2>에 출연한 전북도지사는 새만금 지구가 완공되면 전국민 1인당 10제곱미터를 나눠줄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양의 토지가 생겨난다고 말하며 기염을 토했다. 멋진 일이지만, 전북 서해안에 그 배가 되는 땅이 솟아나더라도 대한민국 전 국민은 오로지 in 서울, in 강남에만 목매달고 있을 것이다. 어디 전북 서해안 뿐이랴? 땅이라면 여기 태백에도 무진장 넘쳐난다; 광개토대왕이 부활해서 만주벌판을 다시 호령하든, 아니면 환단고기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쥬신제국이 부활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통채로 가져온다손 쳐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강남 8학군에 들어가지 못해서 안달할 것만 같은 형국이다. 그러니 뭐 이런 만화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58305&mm=004001001 도 있긴 하지만, 정말 외계인들이 와서 이 꼴을 본다면 기이하게 여길 수도? 하지만 막상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대출 껴서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 순간 돌변한다는 말도 있으니...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당장 나부터 수도권 진입을 위한 계획에 잔뜩 긴장하는 중이니... 어떻게 될지 한번 두고 보자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다만 온전하게 존재하기 위한 공간을 소유한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이렇게나 막대한 국가적 대가를 치루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이것이 정녕 이 시대가 그렇게 사랑하듯 효율적이며 실용적인 일인지 질문하는 것이 시의적절한 일일까, 아니면 그 어떤 고난 속에도 오로지 땅문서 하나만을 놓지 않고 살아간 덕택에 결국 대성할 수 있었던 <토지>의 왕룽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기억하고,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부르마블을 익혀서 땅이야말로 꿈과 삶과 우주의 신비가 집대성된 인류 최초이자 최후의 자원임을 스스로 각인하는 편이 좋을까...
ps. 뭐 알아보니 나름 경제 3요소에 대한 반론도 있는 모양이다.
역시 나만 이상한 건 아니었어...
pps. 근데 써놓고 보니 너무 무식이 탄로나는 글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