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다보면/Diary / Journal

며칠 전까지 웃으며 잡담을 나누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슨 말을 더하거나 제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나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하나의 생이 끝을 고하고 나서도 더 악랄하고 지리하게 이어지는 남루한 일들의 행진에
나는 그저 기가 막히다 어쩌면 삶은 죽음 이후에 더욱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그 착하고 여리던 사람이 수십장의 글을 누군가에게 남기고 스스로 몸을 던지기까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왜 나에게 혹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는지
어쩌면 이렇게 어떤 흔적도 징후도 징조도 간단한 힌트마저도 남기지 않을 수 있는지
잔인하고 또 잔인해서 몸서리쳐지게 섬뜩하다
멀쩡히 잘 사는 것만 같은 당신들은 또 얼마나 숱하게 외로된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지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아무 것도 예상하지 못한 나는 끝없이 무섭다
사람을 남루한 생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건 역시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밖에 없는데
그렇게 내가 붙잡고 있는 사람들도 이렇게나 허무하게 져버릴 수 있다는 예감때문에
그런 예감이 들더라도 결국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혼자 떨어지게 될 날이 찾아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결국엔 외롭지 않으려고 사는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

날이 왜 이리 좋누.
겨울 첫물에야 띄엄띄엄 가을이구나

'살다보면 > Diary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건 또 뭐냐;;  (2) 2010.11.23
하루 종일  (4) 2010.11.15
어쨌거나 주말  (3) 2010.10.29
최종적으로는  (1) 2010.10.13
징징  (2) 201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