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일 비가 왔다. 종일 집에만 있었다. 종일 잠만 잤다. 새벽 네시를 넘나들도록 격렬한 토론을 거친 후라 모두가 지쳐있었다. 풀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 모두가 자신의 방법으로 누군가를 다그치는 것을 보았고 정말 눈물같은 건 보일 것 같지 않았던 사람이 그리하는 것도 보았다. 부모에게 자식의 결혼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우리는 모든 것의 의미가 변해가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그래서 이전처럼 고정된 누군가의 역할과 그 역할의 의미만으로 사건을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으니, 결국 사람의 성격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여 불완전한 합의점을 도출해야만 하는 골치아픈 문제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인가? 사람의 마음은 망설이고 있으나 시간은 거침없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 난 뒤에 산적한 마음의 빚을 어떻게 갚아내고 정리해야만 할 것인가, 라는 문제만 남는다. 그러므로 현실은 단단하고 감정은 하잘것 없기만 하다. 결국 패배한 감정의 찌끄러기들이 사정없이 폭발하는 날씨다. 비가 많이 오고 나는 막막하다. 기어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선정해내는 사람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행정부처의 어떤 부분이 어떤 주의(~ism)의 세례를 특히 많이 받았을 거란 믿음은 애석하게도 어마어마한 착각에 불과하다. 요컨대 여성가족부가 여성주의나 가족주의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다. 행정부처에는 그저 행정주의 혹은 관료주의자들이 있을 뿐이며 이 나라 행정부의 수장은 대통령이다. 이것은 환경부와 환경주의자, 문화부와 문화주의자, 노동부와 노동주의자, 국방부와 국방주의자(?) 등등등 모든 분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명제이다. 이미 이 정부의 문화관광부는 한예종을 그꼴로 만들었고 노동부는 대부분의 문제에 손을 놓고 있거나 문제를 심화시켰으며 국방부는 제2롯데월드를 위해 활주로 방향을 틀었다. 고로 여성가족부의 삽질이 여성계의 삽질 혹은 페미니스트들의 난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정녕 반푼어치도 동의해 줄 여지가 없다. 애초에 여성가족부라는 이름부터가 이해가 가질 않는데.
- 자동차도 고치고 여행계획도 짜고 기타도 수리하려고 했는데... 4월 내내 이모양이다. 앞으로 한달 정도는 계속 이럴 것 같고...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