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불거진 눈앞의 일만 놓고 본다면 이것은 서로가 가진 상식의 차이일 뿐.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에 가까운 해답에도 가닿을 수가 없는 '체면' 에 관한 이야기들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당장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 그렇다는데야 뭐 별다른 이야기를 덧붙일 수가 없다. 이에 대해 미래와 과거의 일들을 몇 광주리씩 움켜쥐고 나와 저주를 퍼부어봐야... 어쨌거나 현실은 현실이고 정작 그 현실을 감내해야 할 장본인은 모-든 골치거리를 남에게 전가시킨 채 자기도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한다. 갓뎀. 책임전가라니 역시나 공무원 되기 딱 좋은 마음가짐이로세.
그리하여 당장의 일은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결정되었으되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당장의 일이 아니다. 도대체 이토록 미욱한 작자들이 이렇게나 산적한 마음의 빚을 나중에 어찌 묻거나 태우거나 잘 풀어나갈 수가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이미 그 작자는 앞으로도 이런 일들을 더 만들겠다고 진지하고 단호하게 선언하였으니, 자신의 단순명쾌한 해답이 무슨 천륜의 순리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그 양태에서 나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그 작자의 근시안적인 시야가 얼마나 어두운지를 이미 알아차린 후이다. 자신이 좀 더 잘 하겠다는 선언은 이미 한 다스도 넘게 어겨진지 오래. (어쩜 그 짧은 시간동안!) 사람이 미안하다는 말만 듣고 배부르게 살 수도 없는 요량이니, 이걸 무슨 배짱으로 믿는단 말이더냐? 결국 세상살이에 중요한 사정들은 각자가 알아서 선정하겠지만서두, 중간자리에 우두커니 선 나는 기어코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을 선정해내고 마는 사람들의 고집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뭐 가장 놀랍고 중요한 점은 기실 이 일이 어떻게 풀려나가던 간에 나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란 점이다 (!)
"뻔뻔하게" "아직도" 자신의 옮음을 주장한다... 라고 쓰기에 어쨌거나 나는 그들과 진지하게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대화를 하자니 너무 많은 시간들이 지나버린 후이다. 사실 누가 옳고 누가 글러먹었다는 걸 열심히 증명해 봐야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라고 말하고도 싶지만, 그게 정말 불명확했던 탓에 아직까지도 모든 일들이 이지경으로 꼬여 있다는 걸 과연 몇 사람이나 알고있을런지.
어쨌거나 나는 여전히 즐겁게 살고 싶으므로, 게다가 고작 석달 전까지는 그것이 무난히 가능해 보였기로,
씁쓸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