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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

(3)
하루 종일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란 사람은 이제껏 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완전히 까먹어버린 모양이다아침이 그렇게나 낯설었는데 종일 손잡을 사람 하나 곁에 있질 않아서눈만 뜨고 멍한 채로 지나가버린 적막한 시간들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는데정말 이렇게 생판 이방인처럼 살아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브로콜리 앨범이 나왔더라구
소통불가 지나간 지산밸리락페스티벌, 그 마지막 밤의 어느 언저리에서, 나는 언어중추의 절반쯤을 알콜의 통제에 맞긴 채 브로콜리너마저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다시 브로콜리를 듣다가 그 이야기를 문득 다시 떠올린다. 이 밴드가 쓰는 가사에는 소통불가의 상황을 관조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는 제목부터가 그러하다. 어느 순간 소통을 멈춘 마음들이, 제아무리 용을 쓴다고 해봐야 나아질 게 있을 리 없다는 담담함.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 그 맘이 /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하지만 꼭 거기서 그쳐버린다면 아마 이 가사의 매력은 반감됐을게다. 그 뒤를 관통하는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백미다. 아무래도 니가 없인 안되겠어 / 이런 말 하는 자신이 비참한가요 /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끝 그렇게 생각을 했어 아니 아무런 말 하잖았지 우리들에 대해선 일들은 모두 즐겁기만 하고 서로는 너무나도 바빠서 정신이 없었으니까 일들은 모두 그런식이야 내가 너를 아프게 한 걸까 내가 너를 외롭게 한 걸까 이제야 너의 말을 들어버린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엔 너무 늦었지 우리가 언제 다시 이 길을 같이 걸을 수 있을까 다시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을까 어제처럼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길을 걸으며 난 흘리네 흘리네 우리가 나눴던 많은 꿈들 너를 위로할 수 없다는 것 쯤 알고 있어 미안해 우리는 조금은 달랐나봐 브로콜리가 좋은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래도 나는 사람이 화해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