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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My lovely...

한때는 거침없이 다가오는 어떤 존재들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던져버리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살았다. 그 때 나의 애정과 사랑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있었다. 나는 대책없고 열광적인 순정파니까, 그대를 가질 수 있다면 담배라도 끊겠다는 무시무시한 열망으로 어디든 돌진할 수 있었다. 그런 믿음의 어느 수준에는 결국 그 때가 아니면 언제 닫혀버릴 지 모르는 가능성들에 대한 두려움이 잠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래는 염려스럽지만 염려스러운 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그렇게 내일을 오늘로 만들어 어제로 던져버리면서, 나홀로 부딪히게 된 격량들에 누구나 그렇듯 바보스럽게 대응하며, 하루를 빚어 한 계절을 만들고 반팔과 오리털 파카를 오락가락하다가, 몇 번의 생일상에서 박수를 치며 촛불을 불고 나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거나 좋아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과거에만 존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떨리거나 설레거나 뛰는 가슴에 잠못 이룬 기억이 점점 멀어져 간다. 나는 씁쓸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안도한다.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예측까지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고로, 애정이란 그저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에 해당하는 문제라는 것만이 보다 확실해졌을 뿐이다.

라고 이야기하며 오늘도 한층 더 교만해지는 빈군(25)

<본격 2차대전 만화> <대한민국 표류기>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 <나와 마릴린> 구입. 소설류에 올인한 것은 역시 지난주에 본 김애란씨의 충격이 워낙 거세서? 뭔가 소설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 주었달까. <달려라, 아비>까지만 해도 이 정도 수준의 사람은 분명히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관절 무슨 고생을 얼마나 했기에 글이 이렇게 익어버렸을까...

재미난 책 좀 추천해줄 착한 사람 있으면 고마워할게요. 요사이 낮이면 사무실에서 할 일이 없다보니 (더구나 야근까지 걸리면 백프로...-_-) 거의 하루에 한권씩 헤치우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합니다. 절대 골치아픈 거 말고 재미난 걸로. 공부하자는 게 아니라 놀자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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