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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비틀

조각잠으로 밤샘 피로를 달랬더만 어김없이 오후 내내 목이 잠긴 상태다. 켁켁.
사실 김현식類 의 끓는 목소리를 좋아라하는 편이라 몸상태 자체가 싫지는 않다.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호오好惡 가 이렇게 명확한 사람이라니 나도 내가 참 신기하다.
내 사진만 서른두장쯤 걸어두고 이상형 월드컵을 해도 괜찮겠는걸 (...)

산허리에 걸린 구름속을 뚫고 달려오는 귀영길은 간만에 적당히 고즈넉한 편이었다.
밤이 길어지는 계절이 되면 푹 가라앉는 마음들이 참 따뜻하고 푹신하다.
그러고보면 특별한 문제 없는 날들이 죽 계속되고 있다 대강 일이년쯤 된것 같다.
껌뻑껌뻑 젖어드는 졸음을 쫓으려 민트맛 자일리톨 껌을 씹으며 곰곰이 생각한다.
정녕 충치예방을 위해선 이를 꼬박꼬박 닦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을텐데, 하고
날이 밝으면 또 찾아들 나와 내 주변의 지지부진한 풍경들이 꼭
은나노 전동칫솔에 치석풍치예방 치약까지 구비해 놓고 정작 자일리톨만 씹고 있는 사람같이 느껴져서
헛웃음이 나온다. 기이한 일이다. 그 아이는 대관절 왜 이를 닦지 않고 껌만 질겅거린단 말이더냐.
아무튼 아직 특별한 치과질환은 없다. 그러나 내 단골 치과의사가 알면 틀림없이 혀를 찰 것이다.
전문가의 손길이란 그래서 참 미묘한 것이다.
건강해지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술담배를 줄이고 꾸준히 운동을 하세요 그걸 누가 모르냐.
운동따위 하지 않고 술담배로 세월을 지새는 사람들도 어찌저찌 살아가긴 한다.
개중엔 별 불만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이를 닦지 않고 자일리톨만 씹어도 불만없이 사는 사람도 있는 게다.
언제까지나 그럴 수 있을런지가 걱정일 뿐이지 당장 별 문제는 없으니 그닥 주워섬길 꺼리도 없다.


열두시 반, 이를 닦으며 지난 주말을 돌이키다가 그냥 쓴다.
철이 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특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때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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