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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지쳐서 일기.


- 요사이는 뭘 하고 있냐 하면, 글쓴다. 아침먹고 몸풀겸 여행기 끄적이고 (근데 이게 어이없이 길어지는 경우가 간혹) 점심먹고 본격적으로 쓰고 지우고 또 쓰다가 운동하고 저녁먹고 텔레비전 보거나 책보다가 또 글쓰고. 소득이 없는 건 아닌데 너무 머리를 억지로 짜내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탈진하는 기분이다. 이게, 설령 쓰고자 하는 게 없더라도 정해진 시간에는 무조건 쓰고 보자, 정도가 모토이다 보니 결국 탈진할 수밖에 없다. (소재가 없어!) 게다가 지금 당장 반응을 기대할 수가 없는 글을, 미래가 밝을지 어두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구장창 쓰는 것만큼 힘빠지는 일도 드물게다. 아, 모르겠다. 이 젊은 나날에 이렇게나 풍족한 시간들. 정말 낭비하지 말고 꽉꽉 짜 내서 써야 나 스스로도 남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을 일인데, 어찌됐건 시간은 자꾸만 가고 계절은 다시 한바퀴 돌아 겨울이 왔다. 나 말이지, 정말 불안하다. 내 인생에 이렇게나 불안한 시기가 또 언제 있었나 싶다. 외롭거나 외로워서 사람 보고 싶거나 사랑받고 싶거나 사랑하고 싶거나 뭐 기타등등 그거 말고도 결핍된 감정이 한두가지는 아니지만서두, 이 거대한 불안감이 그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대체 뭐가 그리 불안한고? 라고 묻는다면 대체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런지 불안하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 이 시대의 아저씨들이 유난히 사랑하는 글 중에 김훈이 아들에게 쓴 글이 있더랬다. "사내의 일생이란, 일언이폐지하고, 밥을 벌어 오는 것이다" 운운하는 그것. 구리고 또 구린 선언이지만 "생존" 도 아니고 굳이 "밥을 번다" 라고 했을 때 김훈의 언어에는 그 어떤 투정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내적(!) 단호함이 서려있다. 고로 여기에 정면 대응해서 힘을 받을 수 있는 언어는 없다. 남은 길은 측면(...)대응을 통해 비웃거나 무시하는 방법 뿐. 그리하여 "고상한 말 다 빼고, 생활언어로" 이야기하자는 태도의 심층에는 결국 모든 반론을 단순한 투정이나 감정적 언사 정도로 둔갑시키고 싶은 욕망이 서려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래서 반지성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고... 어쨌건 김어준 총수는 매력있는 사람이다. (응?) 하지만 나로서는 이제서야 그 사람의 매력을 깨달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을 뿐인데, 생각해 보니 현 20대 중에는 딴지일보의 전성기를 직접 겪지 못한 사람이 제법 되리라고 생각된다. 세월이 많이 흐른게지. 김어준 총수가 뜨거나 가라앉는 시국을 보면, 매체가 곧 메시지다, 라는 고전적인 명제를 이래저래 생각하게 된다. 흠.

- 나는 정작 나에게 절실한 이야기는 도무지 글로 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다 쓰더라도, 이상해.

- 아무튼 이 계절이 가기 전에는 매듭이 지어지겠지. 으아아. 어쩐지 기시감이 들긴 하지만...

- 요새 들어 나에겐 간절함이 부족하단 생각을 많이 한다. 허나 그보다는 믿음이 부족하다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릴 것이다. 콜럼부스에게 서쪽바다 너머에 인디아스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부족했다면, 이자벨 여왕한테 그리도 간절하게 매달렸겠는가?... 그리하여 요즘 나의 궁금증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는가, 정도가 되는 것이다. 교회를 다녀볼까...

- "지면과 독자만 있으면 누구의 문학도 죽지 않습니다."

- 이런 짓만 하다보니 기타연습이 게으르다. 흠. 하이코드 다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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