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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Anyway,

1.
생각해 보면 늘 그랬듯, 사람에 대한 미련은 오래 가는 편이다
하지만 오래 간다 뿐이지 그게 영원에 가까울 정도로 긴 건 아니었다
머지 않아 사그라들 마음들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은 역시 무섭다. 현재진행형이 아닌 모-든 관계들이 결국 같은 색깔로 덧칠되어
그럭저럭 이쁘장한 과거 속에 봉인되어 버리고 있다. 꼬르륵
서로서로 그럴싸한 극단에 서 있던 사랑과 집착과 증오와, 무관심까지도
결국에는 별 차이없는 과거로 회귀하고 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래저래 들끓던 마음은 편안해지고 지난한 평온 속에 나는 다만 씁쓸해할 뿐이다
이런식으로 한 세월이 정리되고 나면 도대체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미워하고 좋아하는 일 자체를 하기가 싫어져 버리니까

2.
세상에 영원한 것은 영원이란 단어밖에 없다고, 오지은씨는 이야기했지만
실상 영원은 일상이며 끝맺음이 오히려 깨달음이다
어쨌든 세상이 유지될 수 있는 기본적인 원동력은 아주 기초적인 귀납추리들
예컨대 오늘 태양이 떴으니 내일도 태양이 뜰 것이며
오늘도 나는 살아남았으니 내일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으리란 믿음 같은 건데
그러니 무한한 자기복제와 항상성의 상징인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니, 내일 심장마비로 쓰러질지 교통사고로 죽을지 불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자기 애인이 변심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그리 많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세상에 영원하지 않은 건 사랑이란 단어밖에 없다고, 하면 쫌 맞는 말 같이 들리는 걸 보면
사람은 어쩌면 사람의 마음 앞에서만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모양이다

3.
그러고보니 연애같은 건 하기가 싫다. 혹시라도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다면 그냥
다른 괜찮은 사람이라도 소개시켜줘서 행복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나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뭐 마음이 보살처럼 넓어서 그런 게 아니라 첫째로는 이젠 "그런" 연애를 잘 해낼 자신이 없고
둘째로는 "그런" 연애를 해 내기가 너무나도 귀찮은데다가
셋째로... 날 좋아해 줄 사람이 세상에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지금 가진 확신으로는 그런 사람은 없다
별 이유는 없는데, 그냥 어쩐지 느낌이 그렇다능. 카드나 뽑아볼까

4.
어쨌든 이러는 와중에도 소설은 꾸준히 쓰는 중. 비축분 좀 마련되면 다시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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