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열네번째 : 피렌체 훑어보기 반나절

피렌체, 역시 정말 작은 도시다. 베네치아처럼 반나절이면 진짜 다 훑어볼 수 있다
작다는 게 피렌체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이런 동네구나, 파악이 끝나는 느낌이랄까
냉정과 열정사이로 널리 알려진 도시인 탓도 있겠지만... 피렌체는 정말로 들뜬 느낌 하나 없이 안락한 곳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소란스러운 느낌은 없으니 그것 참 이상한 일이다.

베네치아에서 오후 기차로 출발한 탓에 피렌체 숙소 도착이 이미 오후 4시쯤이었다.
얼마 안 남은 시간을 쪼개서 일단 중요 지역만 훑어보기로 맘먹고 길로 나섰다.
중앙역 쪽에 있는 숙소에서, 지도 따라 조금 걸어나가니 바로 보이는 두오모.

두오모는 피렌체 어디에서나 보일 만큼 거대하다. 정말 뭐랄까, 말도 안되게 크다.
피렌체 자체가 아기자기한 도시이다보니 두오모의 거대함은 유독 말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헌데
말도 안되게 크면서 인간을 무작정 짓누르지는 않는다는 게 묘한 점이긴 하다. 너무 많이 보여서 익숙해진 건가;

어쨌건 이 곳은 어쌔신 크리드2 에서 에지오가 동생을 버린 애인을 혼내주는 장소...
나 게임때문에 이탈리아 갔다 온 사람이다 ㅋㅋ 이런 건 확실히 체크해 줘야지.



자꾸 혼자 중얼거리는 거 이해해 줘요. 외로움이 극에 달하다보니...

두오모 바로 앞의 세례성당
성당 건축의 기본 양식이라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세례성당 위치가 썩 맘에 들진 않았다.
이것땜에 두오모를 여유있게 볼 공간이 사라진 느낌이었달까; 밀라노 두오모엔 세례성당 없었는데...

세례성당의 동쪽 문짝은 천국의 문이라고 해서, 자체로 꽤 유명한 작품이다. 다만 여기 있는 건 모조품임
이게 유명해진 이유는 미켈란젤로가 지나가다가 극찬했기 때문(...) 이라고 한다. 여하튼 비평권력이란...
뭐 이 문짝을 만든 기베르티는 평생을 (아들까지;) 이거 하나에만 올인했으니... 까짓거 극찬쯤이야

두오모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메디치가의 성당 및 예배당과 저택이 있다.

산 로렌초 성당과 메디치 예배당.
피렌체의 지배자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성당 질감은 좀 거친 편이다. 미완성인지라...
미켈란젤로를 평생 부려먹었던 (후원자였던;) 가문 답게 미켈란젤로가 만들고 설계하고 밑그림을 그린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피렌체의 명물 가죽시장도 있다

메디치 예배당 바로 아래쪽으로 시장이 펼쳐진다
저리 고색창연한 문화재 아래로 펼쳐진 재래시장이라니 참...



잠시 구경했는데 지름신이 내리셨다. 팔찌를 마구 사 모으는가 하면...
마지막에는 100유로짜리 가죽 가방에 완전히 꽂혀서 피렌체를 떠나는 날까지 고민했다. 사야 할 것인가...
나중에 소매치기 당했을때 제일 처음 생각났던게 피렌체의 가죽가방이다 -.- 젠장!
어쨌건 시장을 떠나 다시 아래쪽으로

피렌체는 거리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르네상스시대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여기 건물들이 기본 오백년은 됐을거라고 생각하니, 참 아득하더랬다
초가집은 기와집으로 기와집은 슬레이트로 다시짓는 재건축과 재개발의 나라에서 온 청년에게는 도무지 익숙하지 않은 도시.

관광객을 위한 마차도 심심찮게 보인다. 덕택에 거리 곳곳에 말똥이 쌓여있으니 주의 (...)

아. 베키오 궁. 한 눈에 알아봤다. 어쌔신 크리드에 나오거든...
베키오 궁은 오래 전부터 피렌체의 시 청사였고 지금도 시청으로 쓰인다. 원래는 메디치가의 궁전이었던 곳.
오래된(Vecchio)궁전이란 뜻이다. 조 앞으로 나가면 있는 폰테 베키오도 뜻은 그저 오래된 다리일 뿐...;;

베키오 궁전 마당을 시뇨리아 광장이라 부른다. 어쌔신 크리드에선 에지오 부모님의 교수형이 열린 곳이기도 하고...
공개처형이나 시민들이 모여서 결정할 일이 있을 때 운집했던 곳이라고. 현재 여기엔 조각상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 조각 전시장 치고는 굉장히 화려한 작품이 많은 편.

누구나 아는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이건 모조품이고, 진품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다.
진품도 원래는 여기 있었는데 망치로 두들겨 맞고 벼락맞고... 여하튼 수난 끝에 미술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명실상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나 할까. 대체 다비드상 관련한 기념품이 어찌나 많은지...-_-;;;
여기서 보면 좀 심드렁한데 미술관 가서 보면 진짜 멋있다. 나 조각상 보고 반한 건 이게 처음이라니깐.

너무 유명한 조각 바로 옆에 있는 관계로 불운하게도 비교용 조각으로 전락한;; 헤라클레스 상.

시청 내부다. 이때는 시청인 줄 모르고 그냥 막 들어갔음;;
근데 나같은 관광객이 무진 많을텐데 일은 어찌하누. 이 사람들도 참

저쪽에도 조각상이 많다.
원래 마굿간-_-; 으로 쓰던 곳에 별로 안나가는 (...) 조각상만 모아놓고 선심쓴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서두...
어쨌건 기본 몇백년은 된 명작들이 이렇게 전시되어 있다는 건 정말 생경한 일이다.

베키오 궁 옆으로 있는 것이 메디치가 미술품 컬렉션 갤러리, 이름하야 우피치 미술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라지. 여하튼 난 안들렀다. 줄 서려면 한나절이라길래...

미술관 지역을 통과하면 나오는 아르노 강과, 멀리 폰테 베키오.
보면 알겠지만 왁 화려하다기보다는 그저 은은히 녹아드는 풍경. 피렌체는 참 맘이 편해지는 도시다.

폰테 베키오는 그저 오래된 다리라는 뜻인데...
저 다리 위의 복도가 우피치 미술관을 통해 아르노 강 이쪽의 베키오 궁과
강 건너 피티 궁전을 연결한다. 즉 메디치가 사설 이동통로였던 셈.

아르노 강.

하지만 폰테 베키오 자체가 아름다운 다리라는 것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 ;
약간 스팀펑크스러운 매력을 풍기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서두

폰테베키오까지 걸어가는 걸에서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났다고 한다.
난 신곡도 안 읽어봤는데 단테가 누굴 만나던 뭔 상관. 그리고 커플들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는 건지
그 사람들 결국 이루어지질 않았다는 걸 알긴 하는거냐. 단테는 예술은 솔로가 하는 거라는 걸 증명했다고.



다리를 건너며...
폰테 베키오에 보석상점들만 남게 된 것은 이 다리 위쪽으로 메디치 가의 이동통로가 생긴 것과 관련이 깊다
원래 생선 및 식료품 가게가 즐비했던 이 다리에서 진동하던 냄새와 천박함을 높으신 분들이 견디지 못했던 탓이다
사실 어쌔신 크리드에서도 잘 보면 이 다리 위에 있는 생선가게를 찾을 수 있 ...던가? 기분이 그런데;

다리를 건너 조금 걸으면 피티 궁이 있다.
메디치의 라이벌 피티 가에서 짓기 시작했지만 파산하고 메디치 가에 팔려버린 비운의 궁전;
메디치는 곧 너무 작은 베키오 궁을 비우고 이리로 이사했다고 한다. 다리를 따라 앞서 말한 복도도 연결하고...
과연 두오모를 제하고는 보통 아기자기한 피렌체의 볼거리들에 비해 유난히 거대한 편이다.
들어가려면 돈을 내라 하길래 들어가진 않았다. 안에는 정원이 있다던데.

참고로 어쌔신 크리드2 마지막 미션 배경이 이 궁전이다.

강을 따라 걷기 시작함. 도시 야경이 보이는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는 길이다.

미켈란젤로 언덕이 뭐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피렌체 뒷동산이긴 한데
이런 건물이 그냥 있을 리는 없고. 원래 뭔가로 쓰던 곳일텐데...

제법 한참 올라가야 한다.



거친 숨소리... 힘들었다 (ㅠ)

허허. 멋있구나

뭐 이후로는 가만히 서서 해 지는 걸 보며 사진 찍은 것밖엔 없으니.



쏘리. 동영상에 취미들렸던 시기다-_-;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해가 적당히 지는 타이밍은 놓친 것 같았다
두오모 쿠폴라가 석양빛을 미친듯이 반사하는 엽서 사진을 분명 봤는데.

아름답구나 (?)

 

난 때때로 사람들한테 관심이 더 가는 경우가 있다 ㅋ 어찌나 열심히 찍는지

폰테 베키오, 베키오 궁전, 두오모.

 

바로 뒤에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분위기 좋았다

달력사진인데 거의 ㅋ

세 시간 전에 도착한 도시 치고는 참 부지런히 돌아다닌 편이었다...
숙소까지 다시 걸어가면서 이 날 야경까지 끝장내버렸음

언덕에서 오른쪽에 유난히 크게 보이던 성당; 눈에 거슬려서 가봤다.
산타 크로체 성당이라고 하는데... 특이점이 있는 건 아님. 오랫동안 병원으로 쓰였다고...

피렌체의 골목엔 참 묘한 아늑함이 있다
정말 오래된 골목길에서만 느껴지는 아늑함

다시 온 베키오 궁전

아후... 센티폭발-_-
말은 좀 하지 말걸 그랬다

중세 거리를 걷는 느낌이다... 라는 말은 나중에 가게 될 로도스에 좀 더 적합하겠지만
피렌체도 피렌체 나름의 맛이 있다. 완벽히 보존된 과거속에 녹아드는 느낌이랄까

이건 기차역 근처에 있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이 성당에서 만든 수제 수분크림이 저 유명한 "고현정 크림" 되시겠다 (...)
숙소에 나만 빼고 다 여자;; 였는데, 얘기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
심지어 피렌체에선 더 몰과 프라다 스페이스만 들르고 가겠단 사람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왜 저기에도 오벨리스크가...
프리메이슨의 음모는 대체 어디까지 뻗쳐 있는것인가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