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 리처드 파이프스
譯 이종인
編 을유문화사- 크로노스 총서 14
우리는 이제 '머리말' 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하여 살펴볼 지점에 와 있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의 실패가 "인간의 잘못 때문인가 아니면 그 이념 자체의 본질적인 결점 때문인가" 하는 문제이다. 역사의 기록은 후자가 옳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공산주의는 길을 잘못 든 좋은 사상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애당초 나쁜 사상이었다.
- Chapter 6, p.191
(내 독서량이나 지식수준이 뼈아플만큼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취미생활용으로 읽는 것을 제한 모든 책들은 모조리 문고판 시리즈 혹은 고전일람 중에서 선택하고 있다. 이딴 기초닦기는 대학 초년생이 해야 할 짓이겠지만 뭐 어쩌겠나, 모르는 건 부끄러운 거고 부끄러운 건 빨리빨리 시정해야지. 여담이지만 오늘날의 교육풍토가 만들어낸 가장 책임없는 말이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라는 게 아닐까 싶다. 부끄럽지 않으면 물어볼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잖아. 우리에겐 노무현씨의 일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지금이 80년대도 아닌데, 사실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굳이 그래야 했을까, 그래도 인간의 꿈이었고, 한때는 지성인들의 희망이었던 맑시즘이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것이었나- 뭐 대충 그런 의문에 확인사살을 가하고자 하는 목적 하에 쓰여진 책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대학사회는 맑시즘에 대한 논의에 비교적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모르겠다 문과대라 그런걸지도-_-;;)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대학 4년을 다니면서 맑시즘 그 자체를 "나쁜 사상"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단체나, 유인물은 단 한번도 접한 적이 없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태도는 역시 사회주의사상과 현실 사회주의를 분리하고 이른바 레닌-스탈린주의와 맑시즘을 따로 평가하려는 것 정도일까? 어쨌든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생각을 환기시킬 필요는 있었던 것 같다. 그다지 많은 분량은 아니어서 그런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팩트만 붙들고 늘어진다. 소련, 중국, 남미, 아프리카...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 (사실 이 용어 자체가 일종의 책임회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권이 들어섰던 곳들의 역사를 하나하나 잘근잘근 씹어댄 후 공산주의 혹은 유사 공산주의라는 미친짓은 앞으로 영원히 꿈도 꾸지 말라고 일갈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코뮤니즘의 실패를 통해 맑시즘을 비판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이른바 허수아비 논증을 시도하고 있는 게 모순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도 했다. 땅에 발 딛고 사는 이들에게는 땅에 발디뎠던 메시아를 이야기해야 하는 법이니까. 이 책의 시선이 좀 더 범사회적이라면 그 이유는 아마도 거기 있을 것이다.
...그 반면에 공산주의는 엄격한 원리이고, 유사종교로 바뀐 유사과학이며, 정치적으로 경직된 정권 속에 구현되어 있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자체의 잘못된 개념들을 밝혀낼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고 결국 도깨비(공산주의가 가져온다고 하는 허구의 이상적 세계)를 스스로 포기했다. 만일의 경우지만 공산주의가 다시 소생한다는 것은 역사에 반항하는 일이 될 것이고 확실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부활시키는 일은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을 정의하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상이한 결과를 기대하는 행동이다.
譯 이종인
編 을유문화사- 크로노스 총서 14
우리는 이제 '머리말' 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하여 살펴볼 지점에 와 있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의 실패가 "인간의 잘못 때문인가 아니면 그 이념 자체의 본질적인 결점 때문인가" 하는 문제이다. 역사의 기록은 후자가 옳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공산주의는 길을 잘못 든 좋은 사상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애당초 나쁜 사상이었다.
- Chapter 6, p.191
(내 독서량이나 지식수준이 뼈아플만큼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취미생활용으로 읽는 것을 제한 모든 책들은 모조리 문고판 시리즈 혹은 고전일람 중에서 선택하고 있다. 이딴 기초닦기는 대학 초년생이 해야 할 짓이겠지만 뭐 어쩌겠나, 모르는 건 부끄러운 거고 부끄러운 건 빨리빨리 시정해야지. 여담이지만 오늘날의 교육풍토가 만들어낸 가장 책임없는 말이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라는 게 아닐까 싶다. 부끄럽지 않으면 물어볼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잖아. 우리에겐 노무현씨의 일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지금이 80년대도 아닌데, 사실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굳이 그래야 했을까, 그래도 인간의 꿈이었고, 한때는 지성인들의 희망이었던 맑시즘이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것이었나- 뭐 대충 그런 의문에 확인사살을 가하고자 하는 목적 하에 쓰여진 책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대학사회는 맑시즘에 대한 논의에 비교적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모르겠다 문과대라 그런걸지도-_-;;)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대학 4년을 다니면서 맑시즘 그 자체를 "나쁜 사상"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단체나, 유인물은 단 한번도 접한 적이 없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태도는 역시 사회주의사상과 현실 사회주의를 분리하고 이른바 레닌-스탈린주의와 맑시즘을 따로 평가하려는 것 정도일까? 어쨌든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생각을 환기시킬 필요는 있었던 것 같다. 그다지 많은 분량은 아니어서 그런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팩트만 붙들고 늘어진다. 소련, 중국, 남미, 아프리카...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 (사실 이 용어 자체가 일종의 책임회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권이 들어섰던 곳들의 역사를 하나하나 잘근잘근 씹어댄 후 공산주의 혹은 유사 공산주의라는 미친짓은 앞으로 영원히 꿈도 꾸지 말라고 일갈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코뮤니즘의 실패를 통해 맑시즘을 비판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이른바 허수아비 논증을 시도하고 있는 게 모순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도 했다. 땅에 발 딛고 사는 이들에게는 땅에 발디뎠던 메시아를 이야기해야 하는 법이니까. 이 책의 시선이 좀 더 범사회적이라면 그 이유는 아마도 거기 있을 것이다.
...그 반면에 공산주의는 엄격한 원리이고, 유사종교로 바뀐 유사과학이며, 정치적으로 경직된 정권 속에 구현되어 있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자체의 잘못된 개념들을 밝혀낼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고 결국 도깨비(공산주의가 가져온다고 하는 허구의 이상적 세계)를 스스로 포기했다. 만일의 경우지만 공산주의가 다시 소생한다는 것은 역사에 반항하는 일이 될 것이고 확실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부활시키는 일은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을 정의하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상이한 결과를 기대하는 행동이다.
- Chapter 6,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