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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유럽

유럽여행기, 열일곱번째 : 로마, 콜롯세움, 그리고 동행들


피렌체는 떠나는 날까지 제대로 여유를 부렸는데... 이게 좀 사연이 있다.

다음 목적지가 로마였는데, 원래는 대강 오전에는 가죽시장 다녀왔다가 빠른 기차타고 로마로 갈 생각이었더랬다
그런데 우연히 숙소에서 만난 한 여자분이 이 날 로마로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침 이 분은 피렌체에 도착한 날도 나랑 같았는데;
숙소 체크인 하며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뒤에 이렇다할 교류가 없던 탓에
그것만으로 동행을 삼기엔 좀 애매했더랬다. 그런데!
이 분... 로마 다음 목적지가 아테네이며 심지어 아테네로 가는 날짜도 나랑 겹침.
게다가 아테네까지 가는 비행기편도 나랑 같은 것 아닌가 (!)

참고로 로마 - 아테네 비행기편도 이지젯을 이용했는데
이걸 한국에서 예약할 당시 시간개념이 좀 부족했던 탓에...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하는 걸 예약해 버렸더랬다-_-;;
여행 중반 쯤이 돼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공항 노숙밖에는 답이 나오질 않아서 반 좌절모드였던데다가
이때가 10월 초였으니 한창 그리스 전역이 파업의 물결에 휩쓸려... 정신이 없던 시절이었다
거기에, 좀 알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국에는 '원래' 그리스 관광 관련 정보가 드문데,
이 무렵에는 상당히 불길한 소문 말고는 접할 수가 없어서; 근심이 태산이었던 것이 사실.
그런데 세상에 동행을 우연히 구하다니 이런 횡재가

...싶었는데 나랑 타려는 기차가 다르다
이 사람이 타려는 것은 이탈리아판 완행열차인 레지오날레.
물론 싸다. 그러나 로마까지 대략 4시간이 걸리는데,
시간이 아까웠지만 어차피 가는 길에 대화라도 나누면서 친해지면 좋겠다... 싶어서 나도 이걸 타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숙소에 핸드폰을 두고 나와버리는 바람에... 도로 다녀오느라고 중간에 헤어져 버림;;

참고로 레지오날레는 자유석 개념이다. 시간에 딱 맞춰서 탄 다음에 열차를 죽 순회하다보니 만나긴 했지만
서로 짐이 많았던 탓에 좁은 열차 안에서 누가 누구한테로 움직이기는 좀 애매한 상황 ㅜ_ㅜ
거기에 앞서 말했듯 이때까진 좀 어색한 사이였다. 어차피 로마에서는 따로 돌아다닐 거고...
결국 같은 기차의 서로 다른 칸에 탄 채로; 4시간이나 걸려 로마로 향했다. (뭔 짓이래)

어차피 이 분은 아테네 가는 날 다시 만났고
이후 산토리니까지 상당히 오래 동행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결국 이상하게 여유를 부린 끝에 로마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네 시 무렵!

해가 지기 전까지 좀 애매하게 시간이 남는데 마침 근처 산책나간다는 여자 두 분이 있다.
대뜸 같이 가자고 (;) 해서 따라나섰다. 오늘 이탈리아에 도착하셨다는 두 분은 회사원 친구이신 듯.
분명 스물 일곱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는데도 너무 어린애 취급을 해서 대체 몇 살인건지! 궁금했는데
마지막까지 알아내진 못했지만 정말 두 분 모두 의외로 동안이었던 것만은 확실한 듯...
여행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스물 일곱살을 '진심으로' 어리다고 해 준 건 이 분들이 유일했다

이래저래 길안내 (...) 도 해 가면서 근처에 있는 젤라또집으로...
어차피 로마 도착한지 한 시간 반쯤 된 주제에 뭔 안내를 하나 싶지만...;
이미 여행 보름은 되던 때였고 이탈리아에서만 네번째 도시였다. 도가 통할 만도 하지;
그런데 사실, 내 성격상 처음 스친 사람을 대뜸 따라나선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외롭고 힘들고 관광은 회의적이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이 때 들른 가게가 파씨 FASSI 라는 곳으로, 로마 3대 젤라또 가게라고 한다
난 어차피 "한국에서나 유명한 로마의 3대 젤라또"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으나
어쩐지 나중엔 다 가게 된다...;; 내 입맛에는 여기가 개중 제일 낫드라.
특히 파씨에서는 "쌀" 맛 리조또를 파는데 이건 끼니 대용으로도 좋음.
한국사람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주문 받는 사람이 한국말 잘 하니까 참고하길.
근데 어차피 동양남자는 대체로 사람 취급도 안한다.

이후에는 콜롯세움이 걸어가기에 적당하고
또 로마에 온 기분을 내기도 적당할 것 같아서 그리로 향했다


콜롯세움 발견.
내가 이걸 보고 처음 머릿속에 떠올린 건 당연히 어쌔신 크리드 2 : 브라더후드 (...)


너무 크다 보니, 한 앵글 안에 이쁘게 담기가 참 난해한 건축물이었다.
그런데 "크기에 비해" 위압감같은 건 덜하다. 묘한 일이지만...


콜롯세움 곁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명실상부 이 지역은 "관광지" 로서의 로마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다


동행 두분의 연륜에 맞는 사진실력. 우오오 이 어색한 구도에서 이 정도 결과물


가까스로 찾아낸 픽쳐-포인트랄까
요 앞에서 뛰시던 분은 의외로 한국 사람이었다; 포즈를 보면 알겠지만 BC카드 패러디 그거 하시던 중이었


사람이 참 많다. 나름 비수기였는데도, 진짜로 많다!
유럽 어느 관광지를 가나 관광객은 발에 밟히지만... 로마는 특히나 많게 느껴지는데
내 개인적 평가로는 로마가 피렌체나 베네치아와는 달리
골목 구석구석까지 강한 아우라를 내뿜는 도시는 아니다 보니...
몇몇 관광 '포인트' 에 유독 관광객들이 쏠리는 탓이 큰 것 같다.
말하자면 관광객 '밀도' 가 높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뭐 개인적으로는 로마도 큰 감흥은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밖엔...


인증 ㅅㅅ


이 위쪽으로는 포로 로마노. 저 개선문은 티투스 개선문.
이 근방의 관광동선이 좀 복잡하긴 한데
어쨌든 두 곳은 같은 티켓을 사용하니까 같이 관람하는 게 맞다.


맛보기 관람만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음.
도대체 뭐 한 게 있나 싶은 날;;;


다음이야기는 언제 쓰게 될런지... 로마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