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요란하게 자리를 비운지 15주가 지났고, 약속대로 돌아왔습니다.
그-ㄹ쎄, 떠날 때의 소회가 있었고 마음 속으로 내린 많은 단정들이 있었듯이, 돌아온 지금도 그에 상응할 만한 많은 감정이나 "감격" 같은 것들이 솟아올라 뜰끓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다만 말은 아낄 수 밖에 없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의 정체성이 하나의 말로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는지, 그 대체물들이 모여서 얼마나 쉽게 변질될 수 있는지, 그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균열들이 이글대고 있는지, 그 균열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가면놀음이 이뤄질 수 있는지, 뭐 그런 것들을 배웠다기 때문이라고만 해 두겠습니다. 정말 제가 그 언젠가 먼 훗날이라도 스스로를 글쟁이로써 정의하길 바란다면... 이런 깨달음에는 단숨에 좌절해 봐야 정상일텐데 말입니다. 아아. 병영생활이라는 건 참으로 페르소나 놀음의 극한이에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가장 단순한 단어 속으로 스스로를 우겨 넣었다 빼어 내야 제 정신을 차리고 살 수 있는 공간이니 말입니다. 앞으로 순수히 3년간 이런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가끔 재밌기도 합디다. 뭐, 하지만 딱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아요. 피곤하다고 하면 그 정도 수준이 딱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란 사람은 워낙에 늘 피곤하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임관했습니다. 세상은 참 많이 변했군요. 요란하기도 하고...
살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