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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단상

몇개월이 지났든 그 몇개월 사이에 생애 최고의 육체적 고생을 했든 그래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이 늘어났든 담배가 줄고 술이 약해지고 폐활량이 늘어나 이젠 쫌 건강하게 걸어다닐 수 있든 없든 나란 인간은 여러 사람들이 여전히 또 고맙고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한테 못할 짓을 하고 하고 나서 자기 정당화에 시달리고 후회도 쫌 하다가 원망도 하고 뭐 그러는 거다. 난 언제쯤 철이 들려나 흠. 어쨌든 이번 휴가도 예외없이 지나고 나니 아쉬운 시간들이었고 다시 오기 힘든 시간일 거란 생각도 든다. 적어도 근 3년 내에 평일 대낮을 이렇게 내 멋대로 돌아다닐 시간은 도저히 없을 거란 예상이 퍼뜩 드는데. 적어도 "은행 가서 번호표 뽑을 시간" 은 세 번 이하일 거라는 예상에 한표. 아 이거 너무 소심한가.

돌아오는 길에 책을 한 무더기 사고 CD도 한무더기 샀다. 다 들을 수 있을런지, 다 보게 될런지 의심이지만 뭐 나란 인간은 시간이 없거나 할 일이 없으면 좀 더 생산적으로 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은 강압적으로 괴롭혀 줄 필요가 있다.

예전에 싸 두었던 이삿짐을 뒤지다가 써 두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했다. 첫머리가 이래 시작해더랬다. "돌덩이가 질식할 날씨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세월이 지나도 여름 날씨는 비슷비슷한 모양이구나.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려거들랑 우선 날씨 이야기로 운을 떼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보편적인 담화주제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으응, 문제는 "세련됨" 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세련됨. 스타일이 지배하는 세기.

오케이, 여기까지. 어디 한번 부지런하게 살아봐야지. 다음 외출은 펜타포트가 될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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