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무렵은 유서 깊은 극장가의 호황기라고 하더라만, 뭐 나는 명절이 명절다웠던 그 옛날부터 단 한번도 극장 근처에 얼씬거려 본 추억이 없다. 하긴 애초에 극장 자체를 잘 가지 않은 건가...? 그러고 보면 희안한 일이다. 우리 집에 비디오가 생긴 건 중학생 시절 이후이고 내가 영화관 출입을 시작한 건 고등학생 이후였으니, 오늘날의 내가 뭐 영화감상이 엄청난 취미라도 되는 양 떠벌리고 다니는 건 미비한 태생을 염두에 두지 않은 행동이라고나 할까. 음. 아무튼 오늘 내일 시간을 들여 올 추석 극장가는 평정해 볼 생각이라, 일단 기다렸던 두 작품을 보고 왔다.
<20세기 소년> 같은 경우엔, 뭐 수많은 리뷰들이 잘 평가해 주고 있는 편이지만 원작의 어마어마한 무게에 너무 심하게 짓눌린 느낌이 없지 않다. 감독은 심지어 "성서를 영화화하는 작업" 이라고까지 밝혔으니 할 말 다 한 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변천은 물론이고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화려한 변신도 눈앞에서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라사와 나오키 고유의 괴상한 내러티브 방식은 (나는 그 방식이 책임있는 이야깃꾼으로 할 짓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영화적인 것은 아니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시켜 주었어야 옳았으리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원작 고유의 기묘한 스릴러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느냐,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그냥 일본 블럭버스터 특유의 어색한 냄새가 진하게 풍기면서도 조금 이상한 내러티브 방식을 가진 괴작이 하나 탄생했을 뿐이다. 원작을 보고 가면 다 아는 이야기가 반복되서 지루하고, 보지 않고 가면 무슨 얘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지루한 영화라니, 이런 선택은 좀 아니지 않았나.
<맘마미아!> 는 딱 기대한 만큼만 즐겁게 놀아주는 영화다. 화려한 출연진 중에서도... 특히나 메릴 스트립이나 바란스키씨의 눈물겨운 연기와 노래를 보고 듣고 즐기노라면 별로 불평할 게 없겠다 싶다가도 막상 끝나고 나니 이래저래 허전한 느낌을 어쩔 수가 없는데... 이 역시도 기대한 이상으로 놀아줬던 뮤지컬 영화들, 나같은 경우엔 <시카고> 나 <밴디트> 혹은 <원스> 가 자꾸 눈과 귀에 밟히는 탓이 아닐까나. 물론 <어거스트 러쉬> 를 위시하여 노래는 좋은데 영화로 놓고 보면 영 이상한 작품들이 없는 것도 아니니, 이 역시 그럭저럭 한 계절을 풍미하기에 부족한 것도 아니겠지만, 다른 그룹도 아니라 아바를 끌어다 놓고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한 건 약간 실망이다. 심지어 <님은 먼곳에> 같은 영화만 봐도 노래가 확 와닿는데, 이건 뭐... 그래도 워낙에 노래가 좋은 The winner takes it all 부분이나 설정이 참으로 깜찍한 Dose tour mother know 부분은 기억에 남는다. 특히 바란스키씨 曰, "총각들, 춤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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