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열광했다. 오래간만에 부활한 해적영화가 반가워서? 아니다. 이제야 찾아온 제대로 된 해적영화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목적을 갖지 않은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그래서 결국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건 정말 영화로 표현되기 어렵다) 해적의 귀환에 화답한 게 아닐까?
이번 주 필름 블로그 2.0에서 발췌. 짧은 글을 읽다가도 불현듯 찾아오는 사소한 깨달음이 긴 사색을 방해하는, 뭐 이른바 인스턴트식 각성은 분명 독서습관이나 공부습관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요즘 나는 책 한권이 끝날 무렵 결국 책이랑 전혀 상관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정작 책 자체는 지겨워하곤 한다) 아무튼 블로그질에는 적합한 법이다. 아무튼 참 바쁘면서도 매 순간이 절박하게 스쳐가는 올해를 가만히 돌이키건대, 묘하게 적합한 한마디였다. 거대한 목적을 갖지 않은 자유로움은 오히려 표현되기 어렵다는 것. 천지사방에 목적지 없는 이정표들만 가득한 세상에서, 분명 이도저도 따라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건 아무리 잘 봐주더라도 그냥 투정으로 비치기 십상이니까.
어 하는 사이에 또 한 주기가 끝나려고 든다. 태평양을 건너는 요트에 주기적으로 폭풍이 몰아쳤다가 물러가는 꼴이다. 목적지는 멀고 시간은 더디 가는 망망대해에서 그런 재미라도 없으면 어찌 살아갈까 싶다가도, 가끔씩 평안한 항해를 꿈꾸자면 그냥 가슴이 턱턱 막혀온다. 이런 터무니없는 거리감이라니.
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