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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뒷담화

내가 남들 욕을 하는 만큼 남들도 내 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내가 남들을 욕하는 이유가 정당한 만큼 남들이 내 욕을 하는 이유도 정당하다는 걸
좀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지.

내가 나가를 살육하는 만큼 나가도 나를 살육할 권리가 있다고, 눈마새의 케이건은 그렇게 말했더랬다. 그래서 그는 단 한순간도 "어떻게 네놈이 감히..." 같은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이미 지은 죄의 무게는 동등하지 않더라도 지을 수 있는 죄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그러니 가능성과 변화의 세계란 건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은 관용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뭐 게다가 당연한 부연설명이지만, 같은 방정식이 선행에서도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 이 말인 즉슨, 외부에서 날아온 윤리의 저울추가 항상 양쪽을 동등하게 받쳐 줄 필요는 없다는 거다. 적어도 내가 꿈꾸는 세상에서 모든 판단과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있다.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고루 갖춘 나의 우주가 너의 우주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받아들이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제발 판단의 책임을 주체도 흐릿한 외부의 누군가에게 떠넘기지 않았으면, 그렇게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항상 모든 일은 이상하게 꼬여버리기 마련이다.

그냥, 요즘들어 그렇고 그런 뒷담화들이 자꾸 귀에 밟혀서 신경이 영 날카롭다. 나는 항상, 지금 내 앞에선 다른 사람을 욕하는 이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는 결국 내 얘기를 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곤 하는데,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나 당당할 수 있는걸까. 정의의 화신을 하루에 몇 사람이나 만나는 건지 원. 우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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