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개봉을 목전에 두고, 꽤 오래전에 세미나 때문에 허겁지겁 읽어치웠던 그 원작을 다시 한번 떠올렸더랬다. 글쎄, 이야기에 대한 평가야 사람에 따라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나는 사람이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다는, 이른바 "발칙한 상상력" 이 고작 "딴살림 차린 아내" 정도로 구체화되는 게 퍽이나 싫었다. 목적은 안드로메다에 있는데 동네 언덕에서 날아보겠다고 파닥거리고 있는, 이상하게 균형이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나는 오늘날 세상을 통치하고 있는 사랑과 연애와 섹스의 이데올로기가 퍽이나 맘에 들지 않는다. 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라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하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이야 그네들의 말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그런데 그 모든 메커니즘이 어떤 이론의 틀에 꿰맞춰져서 견고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 일조하는 일종의 도구가 되는 건 좀 이상한 일이다. 지난 시절 동안 인간이 소통하고 싸우는 방법으로 종교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여 왔다면, 사랑과 연애와 섹스는 명실상부하게 현대의 종교라고 할 만하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쉽게 할 수 있는 질문 가운데에 "여자(남자)친구 있어요?" 가 반드시 포함된다는 사실이, 나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모든 청춘들은 단 두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배타적인 감정 및 신체교류의 계약을 맺는다" 는 요 사실은 누가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하나님이 천지창조를 했다는 사실마냥 왜 그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건지. 이에 관련된 각종 책무들과 찬가 역시 역시 오늘날도 세계 곳곳에서 범인들의 입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음악들, 영화들, TV들, 라디오들... 이 과정에서 속칭 동성애자 및 트랜스젠더라 불리는 이교도도 출연했다. 이들에 대한 세상의 태도나 이에 대응하는 이들의 태도는 더하고 덜 것도 없이 딱 종교적이다. 나는 그래도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의 입에서 "동성애자는 군대 보내면 안되잖아요?" 란 말을 듣고 퍽이나 놀란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고작 "그런 사람들도 군대 보내는 건 이상하다" 정도로 귀결되는 걸 보고 더 놀라고 말았다. 이건 뭐, 사랑과 연애의 섹스의 도그마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예 사회 전반의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사람들' 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하기야 지난 대선에 나는 '그분' 을 찍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이상 뭘 기대하겠냐마는. (음;;)
이상은, 세상 곳곳에 지어지고 있는 각종 데이트 성소와 음침한 조명의 러브호텔들, 내가 해석하기엔 그저 사랑과 연애와 섹스의 신전들을 퍽이나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느 싱글의 푸념이었다. 뭐, 한창 나이에 연인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무능력한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게 싫은 사람의 발악이기도 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체 그게 왜 중요한 일이냐는 거다. 이런 식으로 초라하게 변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난 너무 싫다. 화려한 싱글을 꿈꾼다는 게 아니라... 그런 수식어나 틀 자체가 싫다는 거지. 이해할 수도 없고.
살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