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부연하자면 처음으로 만든 홈페이지가 지금의 이곳과 비슷한 성격으로 캐릭터를 바꾸었을 때부터 했던 생각이지만, 나는 이곳에 선언되는 모든 주장들을 진지한 것으로 취급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굳이 시간을 들여서 분석해 본 사람이야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내 모든 주장들은 시간과 때와 장소에 따라서 참 뻔뻔하게도 번복되고 뒤집어지고 때때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이 참으로 "이 곳" 의 성격에 걸맞는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곳은 나의 완성된 주장과 생각을 알맞게 포장해서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로 다른 이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광활한 네트에 "나" 라는 정체성을 찍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비록 부정확하지만) 한 점이기 때문이다. 굳이 네트에서의 고정된 포지션으로 해석할 것도 없다. 요즘들어 부쩍, 나는 내가 나라는 사실을 꾸준히 상기시키기 위해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할 한 점이 다름 아닌 이 곳이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이 곳은 그냥 나 자신이다. 독설도 선언도 성찰도 비평도 감상도,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말도 아닌 단순한 독백에 가깝다. 그러니 이 순간의 나와 저 순간의 나, 이 포스트의 나와 저 포스트의 나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걸 지킬과 하이드라고 해도 상관없고, 가면과 내 진짜 얼굴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다만 그 모든 모습 가운데를 관통하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을 하나의 캐릭터로 이름할 수 있다면, 그런 작업 따위를 할 수 있는 관대하고도 시간이 많은 방문자가 존재한다면 그 때 가서 이 곳을 어떤 무언가로 평가하는 걸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다만 그런 날이 오기는 퍽이나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나는 이 곳에 게시된 어떤 주장에도 진지하게 책임질 생각이 없다.
뭐 그래서 이 글의 목적을 말하자면 요즘 들어 닥쳐온... 부연하자면 블로그나 미니홈피같은 "1인 미디어" 혹은 댓글달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닥쳐온,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각종 책임론들을 거칠게 거부하는 것이 되것다. 나의 우주에 있어서는 그렇다는 것이 되겠고 조금 다른 곳에 나가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흠흠. 뭐 내가 책임지기 싫다고 해서 책임지지 않는 게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믿는다. 폭력과 주장의 경계선쯤은 충분히 인지하는 사람이라고.
살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