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안정되기 이전까지는 이상한 실수들을 많이 하는 성격이다. 난, 내 둥지 안에 내가 온 존재를 품으로 인식한 존재들만이 가득할 때까지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선잠자는 고양이처럼 깜짝거리며 놀라곤 한다. 딱 부러지게 말하자면 올해 내내, 이유없이 늦잠조차 자지 못하는 생활의 연속이라는 게다. O형은 안그렇다는데 왜 나는 이렇게나 예민할까. 흠, 글쎄,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어디가서 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겠지. 사람의 모습이란 게 우습기도 하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저런 사람이 저런 각도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 좋거나 싫다고 자신있게 말하려 하다가도 혹여나 내가 처음이나 끝만 기억하고 중간을 통채로 빼먹은 게 아닐까 싶어서, 요새는 좀 많이 주춤거리곤 한다. 그런 주춤댐들이 하나같이 내 삶을 뒤뚱거리게 만드는 건 물론이고.
아무튼 꽤나 오랜만에 다시 맞은 걸음마 같은 생활이다. 열심히 걸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과거에 그나마 이렇게 저렇게 걸어왔던 기록들이 뒤돌아봐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조금 더 길게는, 뭐, 사람의 심리란 게 결국엔 좋았던 어느 시간의 어름에 자신을 못박아두고 끊임없이 미래를 살아나가는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간혹 든다. 그러니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나면 광활한 시간을 건너서 과거의 어느 그리웠던(혹은 인상깊었던) 지점으로 퇴행해 버리는 거겠지. 요즘 들어 하는 생각이지만, 나는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고 아무리 이상한 세상을 거치더라도 고려대 안암 캠퍼스 앞 어느 하숙집에서 맨발로 컵라면을 사러 새벽마다 빈 골목을 기웃거리던 그 대학생, 이상도 이하도 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이가 먹을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어느 때건 현재를 사는 사람이나 시간을 몸으로 느끼는 법이니까.
살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