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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꿈꾸는 커뮤니티

2~3층 집을 지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살고 싶다. 현관은 같이 사용하고, 내부 계단으로 통하는 집이다. 제일 꼭대기 층에는 가장 깔끔하고 잔소리 많은 친구가 들어온다. 매일 집을 드나들 때마다 이곳저곳 청소할 곳을 지적해 줄 것이다. 중간 층에는 가장 붙임성 좋고 말 많은 친구가 들어온다. 아랫층 윗층을 오가면서 일상을 따분하지 않게 해 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배정하다보면 내가 들어갈 층이 없나;;) 식사는 다 같이 모여서 한다. 아내, 남편, 자식, 뭐 없어도 좋다. 그냥 되는대로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혹은 짜증부리고, 혹은 사랑하면서, 그냥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친구들이 "현실" 이었던 시절이 있다. 오늘 누구를 만나고, 내일 누구를 만나서, 이 사람과는 이런 관계를 맺고, 저 사람과는 저런 관계를 맺으면, 그게 나의 일상이 되고, 내가 당면한 일들이 되고, 당장 고민할 수 있는 컨텐츠가 되던 시절이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자꾸만 그렇지 않게 되어 간다. 세상을 현실과 도피라는 카테고리로 거칠게 나눈다면, 친구라는 단어는 하루가 무섭게 전자에서 후자로 흘러가고 있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면 과거라는 아편에 취해있다가 문득 깨어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이 사람이 내가 당면한 현실에 얼마나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이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건 장기적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니, 결국 어느 쪽도 나의 세상에 편안히 안착하지 못한다. 이렇게나 위태로운 부유감, 해결될 수 없는 고독. 우리가 사는 사회는 바로 이런 고독감을 해결하기 위해 상당히 인상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결혼.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이해할 날이 오기 나름이겠지만, 이제야 나도 사람들이 왜 결혼이란 걸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근데 난 결혼하기 싫다. 설령 다들 하는 대로 (혹은 다들 한다고 착각하는대로) 평균적인 결혼생활과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데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게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으리란 걸 지레짐작하고 있는 탓이다. 그게 지레짐작이면 어때? 떠나가는 사람을 잡지 못한다고 다른 사람을 똑같은 자리에 앉혀버리는 건 참으로 머저리같은 짓이다. 그러니 난 그냥 꿈이라도 꾸련다. 한때는 나의 현실이었고, 일상이었으며, 내 고민이었던 사람들.

뭐 여건이나 힘이 받쳐준다면 노력도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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