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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어제 백분토론

모 교수 : 자꾸 삼성 사카린 사건 얘기를 하시는데, 그때 중앙일보가 덮을려고 노력 많이 했죠. 근데 결국은 못 덮었지 않습니까? 이게 뭘 말해줍니까? 미디어라곤 신문이랑 방송밖에 없었던 시절에도 대기업이 언론사 한두개 소유한다고 여론을 조작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이게 불가능했다는 거에요.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에는 대체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서두... 한 번 문제시됐던 사건이 어떻게 잘 해결됐다고 해서 앞으로도 같은 해결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참 안일한 축에 속한다. 뭐 따지자면 어떤 방식의 믿음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임진왜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전쟁준비 하나 없이 전쟁에 임했다가 몇 달 사이에 전 국토가 홀라당 짓밟히더라도 7년 정도만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이라거나, 일제 36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국가 주권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일이 또 오더라도 언젠가는 결국 광복이 오기 마련이라는 설명도 성립할지 모르겠다. 군 정훈교육시간에 단골로 나올만한 주제지만 이런 식으로 교훈을 도출했다간 정훈장교는 아마 어디론가 끌려가서... 모범답안은 "평화로워 보이는 시절에도 항상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는 게 되겠지? 뭐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사필귀정의 굳은 믿음도 좋긴 하지만 이왕이면 비슷한 형태의 위기는 다시 닥치지 않게 하거나 닥치더라도 이전보다는 쉽게 이겨낼 수 있는 적절한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이고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사실 미디어법보다는 2년전에 통과된 비정규직법안이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법이었다. 그 점은 미디어법 통과의 전초전 정도로 사용된 이번 비정규직법안 유예안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잣대 (사실상 시작부터 잘못된 단추니 이래저래 고칠 방도가 없어보였지만;) 였다. 그럼에도 보도의 질이나 아수라 국회의 혼잡정도, 심지어 국민의 여론형성과정 자체에 이렇게 큰 질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어찌 보자면 아직 이 나라가 갈 길이 멀었다는 걸 보여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디어법도, "보도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 을 제안한 민주당안이 별 무리가 없어보이는 최종안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하긴 이 논란에서 뜨거운 감자는 시작부터 지상파였고, 구체적으로는 MBC였다는 걸 아무리 모른척 해도 모르고 넘어갈 순 없는 일이지. 냐냥.

허나 법안 자체만 두고 본다면 이렇게 시끄럽게 될 일은 결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늘 문제가 되는 "국민과의 소통" 문제로 넘어간다면야 말이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뭐 요즘 그게 문제되는 게 어디 한 둘도 아니고. 지리한 꼴이 결국엔 치킨게임이다. 말도 안되는 싸움에 법적으로 3년이나 기한을 보장해주고 있다보니 점점 이상한 판국이 펼쳐지고 있다.

날씨가 맑다. 이제 나는 음악 들으러 간다. 바바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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