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웠다.
꾸준하고 끔찍하고 잔혹하고 지독하게 더웠다. 맹세하건대 내 생애 그런 더위는 정말 처음이었다. 지옥에 락페가 있다면 그런 모습일까? 나는 유황불이 끓는 지옥에 다녀온 것일까? 미지근한 물과 한잔에 4천원을 받는 생맥주와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구하기 위해서 십분씩 줄을 서야 하는 지옥. 더위는 어디로 가든 뒷덜미를 갉아대고, 갖은 몸부림에 한이 맺힌 8만명의 사람들이 경향각지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마다 실성한듯 절규하고 춤을 추는 곳! 솔직히 3일째 대낮에는 공연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재주소년이 자기 공연은 다같이 앉아서 마음편히 보자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ㅠㅠ 기어코 뮤즈 공연이 끝나고 불꽃놀이가 펼쳐질 때에는, 정말 가슴이 터질것 같이 벅찼다.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이유로 : 드디어 끝났어! 내일이 없어! 이 끔찍한 용광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거야! ...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아 진짜 정말 레알 몸서리쳐지고 소름돋도록 더웠다. 으악.
이놈의 더위때문에 상큼했던 분들의 공연이 유난히 빛났던 듯. (유일하게 펜스 앞자리에서 관람한) 언니네이발관은 여전히 종교적인 체험을 선사하는 밴드였고, 별 기대 없었던 펫샵보이즈는 역시나 명불허전, 유난히 시원했던 뱀파이어 위캔드와 딱 한여름 피크닉의 감성을 간직한 벨앤세바스찬, 시종일관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노래하던 코린 배일리 래, 꿈만같은 휴식을 선사한 재주소년, 무알콜 상태로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언제나 성실하신 밴드 아침... 상대적으로 빡센 음악들은 진짜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그나마 힘이 있던 첫날의 국카스텐과 작정하고 모든걸 불사랐던 뮤즈 정도? 그러나 전반적으로 작년 종교적 황홀경의 경지 - 스타세일러, 패티 스미스, 언니네이발관, 윈디시티, 오아시스에는 미치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무대에 오르며 황홀한 미소로 "이 귀여운 중생들아" 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던 패티 스미스나 기어코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던 언니네이발관의 아름다운것, 오아시스의 Don' look back in anger를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 올해의 감동은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다. 역시나 예의 아름다운것을 듣다가 한번 울컥한 게 전부다. 언니네이발관은 정말인지 위대한 밴드다 ㅠㅠ
뭐 기타등등 남은 이야기들은 나중에... 너무 졸리다 일단은;
살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