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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일상들

- 더위가 정도를 지나쳐서 깬 상태에서도 꿈을 꾸게 만든다. 온갖 해괴한 망상들이 머리를 관통하고 나선형으로 헤집는 탓에 종일 멍하게 늘어져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원래 내일이란 것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고 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무대책인 적은 없었는데. 들이쉬고 내쉬는 감정과 호흡들이 뜨겁고 습하게 뱃속을 가득 채우고, 현실 밖이 아닌 그 무엇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날씨와 기분에 국한된 문제인지는 여러번 돌이켜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답답하고 허탈한 자유만 손가락 사이로 들어왔다가 흩어지는 나날들. 오늘은 아침부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누군들 모든 인간관계에 시작부터 회의懷疑를 깔아놓고 싶겠냐. 나도 소시적엔 드래곤볼좀 봤던 사람이고, 진심과 용기와 정의를 기운차게 부르짖는 소년들이 종국에는 승리하고 마는 각종 이야기들을 섬렵했던 그런 보통 사람이란 말이다.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강해지고, 정도 이상으로 많이 얻어맞으면 프리더라도 한손가락으로 관광시킬 수 있는 초사이어인은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사람에게 매달리면 그 갸륵한 마음이 전해져서 결국에는 감동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는 밝고 희망찬 세계관의 세례를 그 누구 부럽지 않게 많이 받아왔던 사람이란 말이지. 키모치와 쯔타와르, 카나라즈! 어쨌든 내가 기막힌 점은 내 진심과 소망이란 것이 그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누구보다 뼈저리게 깨닫게 했던 장본인 No.2 가 그런 말을 한다는 사실인데, 어쨌든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니까 그냥 덮어두자고.

- 그래서 뭐 어떤 희망찬 결론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데? 그들은 이래저래 좋은 사람 만나서 아들딸 낳고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라는 결론은 벌써 비틀즈가 써먹었지. 오블라디 오블라다 라이프 고스 온~ 그렇게 현세를 살아가는 희망의 모든 단물들은 선현들이 가로채고, 이 시대에 남아난 것이라곤 어떻게든 지나간 추억들을 잘 추려내서 기분 좋은 기억의 앨범만 머리맡에 고이 만들어 두는 것 뿐이라는 사실. 먼 옛날의 사진들을 이리저리 들춰보며 단편적인 기억들을 되살릴 때마다 그 엄청난 괴리에 걷잡을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모든 아름다움이 지나간 후에도 비참한 삶은 지속된다, 라는 말이란 대체 얼마나 엄청난 거짓말이더냐. 사실은 과거든 현재든 모두 비참할 따름이고,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아름다움이란 미래에 대한 바람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투영된 것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과거가 아름다우니 현재가 비참해도 미래를 기대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던가.

- 그리하여 결국엔, 어떻게 해야만 즐거워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 지금의 내 상태가 다른 언제보다도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지만, 이런 말을 진지하게 해 봐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들어줘 봐야 정작 내가 그딴걸 별로 바라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어떤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나 내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모두 내가 잘 알고 있다. 정작 그 사람은 이 이유란 것을 듣고 살아가느니 죽어버리는 쪽을 택하겠지만. 그래서 또 결국 말할 수 없는 진심들. 어떤 것은 너무나 무겁고 어떤 것은 너무나 가볍다.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지가 얼마나 되어가는지 잘 모르겠다.

- 감정이 너무 무거워지면 글을 쓸 수가 없다. 예술가는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내가 즐기던 글쓰기는 그런 게 아니다. 젠장. 이런 식으로는 정신병자되기 십상이다. 아무 것도 아닌 글을 완성하기는 싫고, 굉장한 글을 써 내려가기도 싫다. 너무 덥다. 너무 덥다...

- 끝으로 <Time is running out> in JVRF, by 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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